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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의 주인
작성자 울**** 작성일 2010-06-01 조회수 1594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에 붕어 두 마리가 살았단다. 어느 맑은 여름날, 붕어 두 마리는 몹시 심하게 싸웠고 그 중 한 마리가 죽었다. 죽은 붕어의 몸이 썩어 들어가면서 작은 연못의 물도 썩어 들어갔고, 남은 붕어도 따라 죽었단다. 결국 작은 연못엔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았다. 이 슬픈 이야기는 ‘작은 연못’의 노랫말이다.

작은 연못에서 죽어간 것은 붕어 두 마리만이 아니다. 그 속에 살고 있은 많은 작은 생명체들이 물이 썩어 들어가면서 함께 죽어갔다. 자신들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붕어들의 싸움이 그들의 생명을 희생시킨 것이다. 우리의 삶도, 우리의 역사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크고 작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 그 속에서 다치거나 죽기도 했다. 연못의 작은 생명체처럼···. 혹은 일부 살아남은 자들은 아픔을 가슴에 새긴 채 살아가기도 한다.

연못 속 작은 생명체들이 희생된 이유는 분명하다. 연못 속에서 붕어와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못이라는 작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운명공동체였던 것이다. 작은 생명체들이 연못 속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까? 붕어의 싸움을 불가항력으로 지켜보아야만 했을까? 붕어의 싸움이 결국은 자신들에게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을까? 만약 자신들도 연못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며, 붕어의 갈등을 조정하고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했다면 작은 연못의 현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면 여전히 붕어가 작은 생명체들과 공존하며 자유롭게 헤엄치고, 간혹 지나가는 토끼와 사슴에게 목 축일 물을 나눠줄 수도 있었을 텐데···.

연못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붕어에게만 있지 않다. 연못에서 살고 있던 작은 생명체들에게도 연못의 평화를 유지해야하는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들이 자신의 의무와 권리를 포기하는 순간, 붕어의 싸움을 조정하고 견제할 수 있는 힘도 사라졌다. ‘작은 연못’의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류는 자신들의 삶을 향상시키려는 끊임없는 투쟁을 벌여왔다.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전쟁이나 압제와 같은 폭력으로부터 자신과 가족, 이웃과 사회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투쟁을 벌여왔다. 때론 부정과 부패, 억압에 저항했다. 많은 희생이 따르는 피나는 노력이 계속되었고, 자유와 정의, 평등과 평화를 향한 전진은 계속되었다. 간혹 강한 비바람을 맞아 멈춰 서거나 느려질 때는 있었지만, 그 무엇도 역사의 방향을 되돌려 놓을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그러했다.

역사의 한 가운데 우리가 서 있다. 역사의 진전이 끊임없는 투쟁의 결과였던 만큼, 역사의 흐름을 과거로 되돌려 놓으려는 시도 또한 계속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을 때 역사는 거꾸로 흘러갈 수도 있다. 우리가 사회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자세를 되풀이한다면, 연못의 작은 생명체들이 넋 놓고 싸움을 지켜보다 붕어와 함께 죽어간 것과 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어떤 길로 갈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