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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그 잔인했던 5월을 되새기며
작성자 웹*** 작성일 2010-06-01 조회수 5132

 

 기자에게 5월, 그리고 광주는 <봄날>이라는 책과 함께 기억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읽은 임철우 작가의 <봄날>은 1980년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끝내 아무도 달려와 주지 않았던 그 해, 열흘 동안의 광주모습을 전면적으로 드러낸 소설이었다. 소설이지만 허구라기보다 10여 일의 시간을 일자별로 풀어낸 다섯 권의 묵직한 책이었다. 작가는 <봄날>을 통해 그 해 봄, 광주를 겪은 사람들의 할 말 많은 한을 봇물 터트리듯 풀어냈다. 그리고 그 책은 다른 기념일처럼 숫자로만 박혀 있었던 5․18 광주 민중항쟁을 가슴으로 느끼게 했다.

지난 18일. 5․18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식이 광주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열려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이 날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는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유가족, 시민 등 2천5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총리가 대신 읽은 기념사를 통해 “중도실용주의가 5․18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며 “중도실용주의는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의 굴레를 벗고 우리가 당면한 현실로부터 출발하여 열린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것입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언제부터 중도실용주의가 5․18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되었던가. 천안함 사건 희생 장병들을 위한 추모와 애도행사에는 발걸음을 아끼지 않았던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가 민주화 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분들의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모두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특히 올해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제외시키면서기념식의 공식 추모곡 선정을 놓고 국가보훈처와 '5월 단체' 및 시민사회단체가 갈등을 빚으면서 기념식이 두 곳에서 치러지는 파행을 겪었다. 이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5․18 기념식을 열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정 노래를 금지한 것을 떠나, 광주를 홀대하는 듯한 정부의 태도는

결국 5․18유족회, 5․18부상자회 등 5월 단체 대표들은 18일 기념식 본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빠진 데 항의하는 뜻으로 정부 주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공식 기념식 도중 유족들은 행사장으로 진입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이명박 대통령은 각성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이에 당황한 경찰들이 유족들을 막으면서 경찰과 유족이 충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리고 5월 단체들이 따로 꾸린 ‘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정부의 배제 방침에 항의하며 망월동 구 묘역에서 별도로 기념식을 열었다. 공식행사가 끝나고 국무총리와 정부 여당쪽 인사들이 행사장을 서둘러 빠져 나가자 유족들은 묘비를 찾아 오열했다고 한다.

기자는 5월 18일 있었던 이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기념행사가 반쪽짜리로 진행된 것이 안타까웠다. 한 유가족은 "정부에 무릎을 꿇고라도 5․18 유족과 광주의 한을 알아달라고 호소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해 안타깝게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광주의 한을 알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들의 외침이 허공의 메아리로 떠돌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