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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현란함보다 자신의 삶을 표현해야
작성자 편** 작성일 2010-03-18 조회수 5832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라고 하면 어려운 문장, 현란한 기교를 생각합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시는 어렵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시가 진실로 삶의 표출이라면 한 편의 시는 경험을 수반한 한 편의 이야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작가회의 울산지회 초대회장이자 현직회장인 김태수 시인과의 대화다. 그는 1978년 시집 <북소리>(신경림 시인 발문)로 문단에 등단해 독자들에게 자신이 몸담았던 현장적 사실성을 전달하면서 약소자들의 삶을 이야기시의 형식으로 계속해서 표현하고 있다. 이 후, <농아일기>, <베트남, 내가 두고 온 나라>는 농아교사 체험과 베트남 참전경험을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집으로 그가 추구하는 바를 두드러지게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현재 화진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중이다.

 

1.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전의 사립 농아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1978년, 세상에는 온통 벙어리들로 가득 차 있는 듯 했다. 문인들은 바른 말 한 마디 때문에 군사정권의 안기부 밀실로 끌려가서 반죽엄이 되어야 했던 암울한 시대였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대전의 변두리 주탁에서 썩은 달걀을 안주하며 막걸리나 퍼마시면서 마음속의 분노만 삭였다. 그 때, 처음 시를 썼다. 더럽고 너절하고 따분하지만 경험 이외는 어느 한 부분도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오기에서 출발해 1978년 <북소리>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2.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를 어려워한다. 시를 잘 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시란 자기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다. 이에 기교보다는 진실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시들은 느낌 내지는 상상력에 의존했고, 인생의 가치인 삶 그 자체의 표현에 인색했다. 시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충실하게 표현해야하고 말의 아름다움을 통해 삶의 진실을 이끌어 내고, 말의 질서를 통하여 삶의 질서를 제시해야 한다. ‘시는 역사적 실체인 언어로 만들어진다’는 말처럼 역사적 실체, 즉 삶이 빠질 때,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시를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고, 많이 고치고, 많이 보여라’는 5원칙을 실천해야한다. 특히 초보자는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 많은 시를 접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시를 발견하고 좋은 시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 시들에 대한 해설, 평론들과 같은 다른 사람들의 감성적인 언어를 접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시들의 내용을 음미하면서 지겹도록 읽음으로써 시 속에 빠져야 한다. 동인을 결성하거나 문학모임 같은 곳에 나가서 상호비평을 받는 방법도 추천한다.

 

3. 시를 쓰면 비슷한 부분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시를 쓰는 것은 자신의 언어를 형상화시켜 내보임을 의미하며 기초적인 시의 지식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에 누구든 습작기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좌절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 모두는 시가 기교라는 교과서적 시 개념이 준 강박 관념에서 시작된다. 시가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한 번 그려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끊임없는 습작으로 자신의 시세계를 구축한다면 그런 오류를 벗어날 수 있다. 시는 이웃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출발되고 자신의 삶의 기록이다.

 

4. 작품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힘은.

개인 저서 출간이라고 생각한다. 한 권의 시집은 한 시인의 역량을 모두 드러내 놓을 수 있다. 반면 명망에 급급한 작가들이 졸렬한 작품들을 시집이라고 발간했을 경우에는 차라리 시인이 되지 않았으면 듣지 않았을 수모적 평가에 직면하게 되어 상처를 입게 된다. 이후에 아무리 좋은 작품을 발표하더라도 졸속 시집의 악령 때문에 끝내 일어서지 못하는 부정적인 면을 많이 보았다.

 

현재 한국문단의 현실에선 어떤 문학지로 등단했는지가 중요하다. 이에 소위 삼류지로 평가되는 문학지 출신들은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끝내 확보하지 못한 체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문학에서 등단은 필요악적인 모순이나 존재 가치는 크다. 등단을 빌미로 한심한 조건을 내거는 삼류 문학지들도 허다하다. 자신의 역량을 살려서 등단이라는 절차를 밟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5.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아, 힘든 길이다. 그러나 가장 적은 투자로 인생에 있어 가장 큰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문학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