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두비(사진)
감독 : 신동일
민서는 17세의 당돌한 여고생이다. 그녀는 실업자 신세인 연하의 애인을 둔 엄마와 함께 서민 아파트에 산다. 민서는 그들을 못마땅해하며 특히 엄마의 애인을 경멸한다. 민서 역시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에 다니고 싶어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카림은 20대 후반의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다. 한 달 이내에 한국을 떠나야 하는 그는 밀린 임금을 주지 않고 있는 예전 직장 사장을 열심히 수소문 중이다. 민서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어느 날, 버스 안에서 처음 마주친 두 사람은 이후 힘겹지만 둘만의 정서적 여행을 떠나게 된다.
뱅갈어로 ‘친구’라는 뜻을 가진 <반두비>는 신동일 감독의 관계 3부작의 세 번째 영화다. 외국인 노동자와 당돌한 여고생의 만남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근질거리는 생각들을 속 시원이 긁어주는 이 영화는 조금 불편할지언정 나쁜 영화는 아니라는 걸….
■ 3xFTM
감독 : 김일란
고종우는 여름이 오기 전에 얼음조끼를 준비하기 위해 시장에 간다. 여름 더위 속에서 조끼를 입어야 하는 그에게 얼음조끼를 사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그는 아직 가슴 수술을 하지 않았다. 가슴을 옷매무새로 가려야 하는 그는 수술비를 모아 보다 자유로워지는 미래를 꿈꾼다. 한편 오랫동안 소망해왔던 가슴 절제수술을 마친 한무지는 벅찬 기쁨을 감추기 힘들다. 그는 성전환자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과 함께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여 남성의 가슴을 공개한다. 하지만 그는 수술이 가져다준 자유로움만큼 또 다시 FTM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비성전한자 남성의 육체에 가까워질수록 FTM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다 자신다운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 성별 변경을 했다고 말하는 김명진. 그러나 그가 상상했던 삶과는 사뭇 다르다. 주민번호 ‘1’인 남성으로서의 삶은 자신에게 보다 더 큰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 예상했으나, 여중 혹은 여고라는 학력은 그를 곤란에 빠뜨린다. 이 영화는 별도의 내레이션 없이 영화가 아닌 척 하는 다큐멘터리로 그 고민과 결단의 과정까지 담아냄으로써 이들이 가진 절박함을 더욱 강렬하게 웅변한다.
■ 사람을 찾습니다
감독 : 이서
어색한 외모와 모자란 지능의 소유자 규남은 잃어버린 개를 찾는 전단지를 붙이며 생계를 꾸린다. 돈이면 뭐든 가능하다고 믿는 부동산업자 원영은 규남을 개처럼 학대하며 정부와의 격렬한 섹스의 쾌락을 통해 욕망을 분출한다. 어느 날 동네에 개들이 계속적으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되고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사람들마저 사라지기 시작한다. 원영의 맞은편 부동산 황노인이 실종되고 그의 정부 인애마저 사라진다. 규남을 의심한 원영은 그의 거처를 찾게 되고 그곳에서 참담한 광경을 목격하고 규남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한다. <사람을 찾습니다>는 스릴러란 기본 틀을 사용하며 사건의 범인을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 바다 쪽으로, 한뼘 더
감독 : 최지영
어른은 아이처럼 서툴고 아이는 어른처럼 슬프다… 사랑이란 신기한 녀석 앞에서
성인의 0.1%가 앓는다는 ‘기면증’을 가진 여고생 원우. 수업 중에도, 시험을 보다가도, 심지어 걷다가도 기절하듯 잠에 빠진다. 싱글맘 연희는 딸 원우 걱정에 웃음을 잃은 지 오래. 겨울처럼 차가운 마음으로 살얼음 낀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녀. 그런 그들의 일상에 파도가 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어느 영화보다 잔잔하며 바다보단 호수에 가까운 영화이다. 큰 사건이 일어나진 않지만 조용하고 잔잔히 흐르는 마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 고갈
감독 : 김곡
황폐한 공장지대. 한 여자와 남자가 있다. 남자는 여자의 몸을 팔고, 여자는 계속해서 먹는다. 남자는 여자를 지배한다고 착각하고 여자는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착각한다. 이윽고 짜장면 배달원이 구원을 배달하러 온다. 그러나 허공이 그들을 감싸는 것도 바로 그 때이다. 서울독립영화제2008 대상에 빛나는 영화. 이 영화는 흐리고 탁한 요즘은 찾아 볼 수 없는 슈퍼 8mm로 제작되었다. 지루하며, 끝까지 불편한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영화를 볼 수 있어야 이 영화의 참다운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임가영 서울독립영화제 2009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