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학은 마치 취업을 위한 기술교육장으로 또는 취업전쟁장으로 인식되어, 학문이나 낭만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삭막한 바람만 불고 있다. 졸업을 연장하고,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대졸자가 전문대학에 재입학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대학생은 살아남기 위한 무한 경쟁의식에만 사로잡혀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삭막함과 극단적인 생존 경쟁 지상주의적 사고로부터 벗어나 좀 더 인간적인 사회를 꿈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
대학에서는 20대의 젊은이에게 희망과 용기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4년간의 시간과 자유가 주어져 있다. 대학은 학생들이 자신의 고유한 학문에 젊음의 정열을 바치고 진정한 진리를 위해 또한 정의를 위해 고민할 수 있는 4년간의 특권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학에서 또 하나의 특권이자 매력은 물론 축제일 것이다. 축제를 통해서 우리 대학인은 지성적 자아뿐만 아니라, 감성적으로 새로운 자기를 발견하고 가꾸어 나갈 수 있다.
5월에 열리는 대학축제는 잠시 서안을 떠나 젊음과 열정을 불태우는 낭만의 의미를 가진다. 각각의 전공분야를 떠나 모두가 한 데 어우러져 인생을, 학문을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대학 축제이다. 이 축제를 통해 새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쌓고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우리 젊은 대학인만의 낭만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공동체 의식과 표현의 문화를 이야기하던 대학 축제가 기성세대의 문화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단순한 유희가 넘쳐나고 사회의 소비 문화에 휩쓸려 상업화ㆍ형식화되었다는 것이 그 비판의 핵심이다. 예전과 달리 하나의 의식 아래 뭉치기에는 다원화된 사회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대학문화 자체가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 이유도 크다. 대부분의 대학 축제가 예전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상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대학생들은 심포지엄이나·강연 등의 학술행사장보다 연예인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빗나간 대학문화다
이렇게 본질적인 의미를 상실해 가는 가운데 각 대학들이 변화의 물꼬를 트고 있다. ‘환경’이나 ‘봉사’ 등 사회 활동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제에도 조금씩 사회 참여 활동이 가미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캠퍼스 구축을 목표로 ‘그린 캠페인’을 진행한 서울대는 친환경, 봉사정신 등을 축제의 중심 테마로 설정하고 진행했다.
물론 우리 대학도 변화의 모습을 꾀하고 있다. 이번 대동제에서는 ‘2009 캠퍼스 나눔, 도전’이라는 이름 아래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한다’는 뜻의 작은 행사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 희망을 전하자는 의미로 다함께 핸드페인팅을 찍는 퍼포먼스를 연다. 또한 대학생들만의 축제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개방된 축제로 나아가기 위한 행사도 준비했다. 대동제 기간 중 바보사거리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이와 같이 대학 축제가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 봉사와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려는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대학축제는 더 변화해야만 한다. 더 이상 상업문화라는 고인물에 있으면 안 된다. 대학의 축제가 감성적 자아를 가꾸는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서로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사랑과 나눔과 봉사를 중심에 놓는 대학 축제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대학 축제의 새로운 방향성과 정체성을 고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