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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거리의 표정을 웃게하다
작성자 성** 작성일 2009-05-19 조회수 3746

  거리 문화의 요소 가운데 간판은 상점을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길가에 떡하니 자리 잡아 통행에 불편을 끼치거나 네온사인 간판의 무질서한 난립 등으로 거리가 어지럽혀진지는 오래다. 간판들은 제각각 ‘나를 봐달라’며 아우성치고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는 결여된 채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다양한 조형물의 형태로 만들어진 간판이 보행자들의 공간인 인도까지 침범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공디자인’ 차원에서 간판 문화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무질서한 간판을 새롭게 정비해 도시미관을 깨끗하게 하려는 ‘간판정비사업’이 전국의 도시, 지자체 차원으로 확산돼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려는 시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은 바로 인천광역시 중구다. 이곳은 차이나타운 입구에 있는 낡은 건물들을 리모델링 하면서 간판정비사업도 함께 진행했다. 한 상점 당 1간판으로 바꾸고 주변과의 조화에 초점을 맞췄다. 더불어 상점 이미지에 맞는 간판을 다자인해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울산광역시 중구 성남동의 경우 작년 5월부터 시작해 학성로 안국한의원부터 시계탑사거리까지 275m 구간을 정비 중이다. 중구청 건축허가과 도시디자인 최진호씨는 “깨끗한 거리환경을 조성해 많은 이들이 이 거리를 찾게 만들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 상권의 상업적 경쟁력 향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절반에 가까운 상점이 새로운 간판을 달았으며 이를 통해 한결 깔끔한 거리가 형성되고 있다. 정림애주 도자기 곽강지(47) 씨는 “간판이 정돈되고 깔끔해진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상점의 특성을 살려 도자기를 빚는 사람의 모습이 간판에 그려진 것이 독특하다.


  간판을 변화시켜 상권 활성화와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려는 노력은 정부와 시민단체에서도 진행 중이다. 일반 상업 디자인과 달리 시민들의 삶의 질을 고민하는 ‘공공디자인’이 각광받으면서 간판문화에 대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 첫걸음은 희망제작소의 ‘간판문화연구소’다. 간판이 도시 경관과 개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화 요소라는 측면에서 간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시민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했다. 2007년에는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 <간판을 바꿉시다>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간판문제의 현상과 원인을 분석하고 간판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생각,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거리 시범사업을 수행 중인 군포시를 선정해 지자체의 개선노력, 전문가의 개입, 주민들의 학습과 변화 과정 등 올바른 사례의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간판정비사업은 같은 크기와 디자인으로 획일화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깔끔하기만 한 간판들이 특색 없이 나열되면서 도시를 획일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 대학교 앞 바보사거리도 차 없는 거리로 변모하면서 간판정비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양대, 인하대, 홍익대 등의 다른 대학가에서도 간판정비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학가만의 특색을 살리는 간판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간판정비사업을 통해 깔끔한 거리의 이미지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대학가만의 특색을 살려 ‘다시 찾고 싶은 거리’로 변화하길 기대해본다.


  간판정비사업은 현대인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곳을 문화적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거리, 도시의 얼굴을 디자인하는 간판은 단순한 상업적 도구가 아니다. 네모나고 동그란 프레임 속에 담긴 간판은 거리의 작은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