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 아주머니를 통해 아름다운가게를 처음 알게 됐다. 아주머니는 대학생이 된 아들과 함께 매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기자는 주말을 이용해 아름다운가게에서 일일 봉사활동 체험을 했다. 가기 전 문수게시판을 통해 모아진 학우들의 기증품(컵, 그릇, 인형, 책 등)을 기부하고 아름다운가게를 만들어가는 활동천사들과 함께 물건 정리, 판매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들에게 더욱 아름답게 보이려 노력하고 이를 위한 방법을 찾는다. 그 중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사랑을 나누고 있는 아름다운가게(남구 신정점)를 방문했다. 여러사람들이 기부한 물건들로 가득한 이곳은 좋은 물건을 싸게 사고 이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영국의 빈민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을 롤(role) 모델로 시작됐다.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헌 물건을 싼값에 되팔고 이를 통해 모인 수익금을 소외받는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다. 이 곳에서는 돈과 새 물건 대신 사람들의 손때 묻은 물건들을 손질해 주인을 찾아주고 있다. 물품은 아이들의 크레파스부터 누군가의 흔적이 남은 오래된 책, 그리고 보기에도 가격이 꽤 나가는 주방용품까지 다양하다.
하루 시작은 기부 받은 물품 정리부터 시작된다. 새 주인을 만나기 위해 깨끗하게 손질된 물건을 가지런히 정리한다. 이 물건들이 다시 사용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주말의 경우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정식으로 문을 채 열기도 전에 물건을 둘러보는 손님들도 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가게를 찾은 꼬마 손님은 그 곳의 활동천사와 익숙하게 인사를 나누고 쇼핑을 시작했다. 물품 정리를 위해 잠시 올려뒀던 취재노트를 판매품으로 착각하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사람도 있었다. 가게는 큰 번화가에 위치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아름다운가게의 운영은 자원봉사자의 활동으로 이뤄진다. 활동천사라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은 요일별로 가게에 와 일을 한다. 신정점의 경우 50명 정도의 활동천사가 있으며 대학생, 주부 등 연령대가 다양하다. 대학 졸업 후 활동천사로 봉사하고 있는 금명선(26) 씨는 “내 자신이 처한 현실 대신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고 나 아닌 다른 이들의 삶도 바라보게 됐다”고 전했다.
경기 침체가 시작됐던 작년 겨울부터 올 봄까지는 기부가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부물품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계절이 바뀔 때, 이사철에 기증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개인이 기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매장에 직접 방문하거나 택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만약 부피가 크고 무거운 물건일 경우엔 전화를 주면 직접 달려간다. 이러한 기부 활동은 개인 뿐 아니라 기업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토요일에는 나눔과 순환에 적극 공감하는 기관, 기업들의 임·직원들이 각 가정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모아 기증하고 있다.
이렇게 상·하반기에 모아진 수익금은 가게를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을 제외한 후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어려운 이웃에 전달된다. 이러한 사업은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확대됐다. 2005년 동남 아시아에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구호물품으로 옷이나 수익금 등을 보냈으며 이 뿐 아니라 제 3세계 국가 농민들을 위한 대안무역도 진행 중이다.
이 곳에는 매일 같이 방문해 물품을 구입하는 ‘단골손님’들이 많다. 하지만 단골이라고 해서 특별한 에누리나 덤은 없다. 하지만 판매하는 사람도 구입하는 사람도 따뜻한 마음만큼은 듬뿍 얻어간다. 나눔과 순환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누구나 천사가 될 수 있다. 날개없는 천사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가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