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교내서점에 가 책을 한 아름 사서 주말에 독서삼매경을 즐기는 내가 최근에 발견한 책이 서울대 재료공학과 황농문 교수가 쓰신 “인생을 바꾸는 자기혁명 몰입”이었다. 책을 사자마자 나도 몰입을 시작했다. 몰입의 독서습관은 나도 꽤나 오래된 편이다. 독서 뿐 아니라 비디오 보기, 글쓰기 에서도 끼니를 잊어버리고 밤샘을 하는 등 나의 집중형 행동은 “몰입”에 대한 예찬론자가 되기에 충분하다.
오늘날 일벌레 내지 일중독자가 아니면 살 수 없이 경쟁사회에서 일중독자가 아니라 에너지를 생각에 집중하라는 말은 매우 다른 메시지이며, 창조적 사고형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여기서 몰입이란 그야말로 쉬운 말- 생각에 잠기는 것이다. 신비주의가 말하는 “무아경” 예술가들이 말하는 “미적 황홀경”, 운동선수가 말하는 “물아일체의 상태” 무용수가 말하는 “ 마음이 방황하지 않고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 등의 형태로 말해진다. 즉 “ 고도로 집중된 상태”가 본질이다.
이러한 생각에 몰입하기 위해서 오히려 유유자적하고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한가한 느림의 철학이 더 우선 되어야 함도 보여준다. 그런 과정은 혼자만의 시간과 혼자만의 공간, 아주 자유롭고 편한 자세로 나에게 집중하는 형식도 필요하다.
시간에 쫓기면서 한계적인 상황의 스트레스를 과감히 벗어나, 내가 나이며,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되어, 내가 생각의 키를 쥐고 노 저어 가는 가장 자연스런 내가 되는 과정이 있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알게 한다.
수학문제를 풀고, 과학의 명제를 어떻게 깊게 생각하여 해결하는가를 보여주는 황교수님은 관련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자연과학이나 공학도에겐 매우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그러한 몰입적 행동 양식은 사실 우리 모두에게 가능하다.
어린 시절 육상선수였던 나 역시 오직 나의 몸과 시간에만 몰두했던 경험은 몸의 언어가 15초 이내에 100미터를 어떻게 돌파하는가를 알려주면서 다른 친구들은 불가능하다고 했던 기록을 내었던 적이 있다. 그런 경험은 곧 일반화를 이루게 된다. 서예를 쓰던 시절, 글쓰기에 집중하면 해가졌는지, 저녁인지를 모르고 몰입했던 그런 경험은 몰입의 기초를 이루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몰입적 사유”는 길을 걸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심지어 자면서도 꿈꾸면서도 계속되게 하는 아주 중독적인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똑똑 흐르는 한 줄기 물이 바위를 뚫고 깊은 우물을 만들듯이, 생각의 물길은 어려운 문제나 풀어야할 과제를 위해 흐르고 또 흐른다.
본인도 경험하는 바이지만, 문제해결 전략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오기도 하여, 프리노트가 필요하다. 나 역시 메모지와 수첩형 노트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그런 몰입형 사유와 몰입적 감정 처리 능력이 형성되어서 가능한 것 같다. 본 책에서도 그러한 훈련과 프리노트를 잘 때도 베개머리맡에 두고 자라고 권유한다.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데, 행복도 바로 내가 만드는 과정이며, 느끼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기 전에 열심히 생각하고 깊게 느끼는 나의 참 자아에 귀 기울이는 혼자만의 기간과 공간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요즈음은 자전거 타기에 정말 좋은 계절이고 명상에 잠기기에 아주 좋은 바람이 불어온다.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도 혼자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생각에 잠겨보자. 고난도의 문제는 깊은 밤일지라도 산책하면서, 그리고 돌아와 편안하게 책상에 앉아 정리해보자. 거기에 길이 준비되어 있다.
정민자(아동가정복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