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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거리의 문화 중심에 서다
작성자 성** 작성일 2009-03-03 조회수 4113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생들이 손쉽게 찾는 것은 길거리 음식이다. 길거리 음식의 매력은 적은 돈으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길거리 음식 대부분은 우리 대학교 앞 바보사거리에 위치한 노점상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동 중에 먹기 쉽고 가격도 저렴해 학우들이 많이 찾는다.

 한편 지난해 11월, 바보사거리는 ‘차 없는 거리’ 조성이 확정된 후 올 6월부터 시작할 공사를 앞두고 있다. 차 없는 거리로의 변화와 더불어 깨끗한 거리 조성을 위해 대학 앞 노점상은 철거 예정ㆍ진행 중이다.


  이에 남구청 온라인 민원상담 게시판에는 우리 대학교 앞 노점철거를 반대하는 글이 이어졌다. 한 학우는 “우리 대학교 앞을 오랫동안 지켜 온 노점상 철거를 반대한다”며 “학우들에게는 먹거리를 통해 즐거움을 주는 곳”이라며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노점상의 대부분은 철거가 될 경우 생계유지에 곤란을 겪게 된다. 바보사거리에 위치한 날개달린 핫도그 주인은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철거 이후의 대책은  없다”며 근심을 드러냈다. 한편 바보사거리의 대상지역과 거리가 먼 횡단보도 앞 떡볶이 집도 예외가 아니다. 그 곳은 학교 앞 명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다. 주인 이옥련(65) 씨는 “우리가 장사하는 곳은 철거 대상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지현(경제학ㆍ2) 학우는 “노점상이 불법이긴 하지만 철거가 되면 하루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고 전했다. 시민들 또한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한 시민은 “일부 사람들은 노점상이 냄새나고 거리를 어지럽힌다고 생각하지만 노점상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뿐 아니라 사람이 사는 정을 느끼기 위해 찾는 곳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은 “세금을 내지 않고 운영하는 노점상은 엄연히 불법이므로 철거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롭게 바뀌는 바보사거리는 우리 대학교 학우, 주민, 상인이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공간이다. 또한 대학로라고 해서 대학생만의 문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들이 어울릴 수 있는 문화가 공존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바보사거리만의 특색을 갖추지 못했다. 그 가운데 노점상은 하나의 특색있는 문화 요소로 발전할 수 있다. 이는 올 2월부터 노점과 보도, 분수대 등의 디자인개선사업에 들어간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알 수 있다. 이곳은 1998년 ‘차 없는 거리’ 조성을 시작으로 공원 조성,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경사로 설치, 자전거도시 만들기 사업 등을 진행해 왔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노점상을 하나의 문화적 콘텐츠로 이해한 것이다. 노점상을 문화의 거리 안쪽에 배치하고 노점상만의 특성을 살려 디자인 과정에서부터 새롭게 만들어 나갔다. 도시미관을 저해하는 요소를 없애고 수레도 새롭게 꾸며 거리의 ‘명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노점상을 과연 ‘문화’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깨끗한 거리에 정돈된 쇼윈도가 늘어서 있다고 해서 그 거리에 문화가 있다고 말할 순 없다. 진정한 거리문화란 도시, 거리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녹아들어야 한다. 크레페 노점상 주인 엄준석(44) 씨는 “노점이 있어야 먹을 것, 볼 것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고 이를 통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며 “노점상이 철거된다면 울산대학교 앞 바보사거리만의 문화가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다”고 전했다.


  <발칙한 한국학>의 저자 스콧 버거슨은 “노점상은 거리에서 가장 재밌는 이들이다. 노점상 없는 서울 거리는 똑같이 멋대가리 없이 생긴 건물들 뿐이다”고 말했다. 노점상은 단순히 사회적으로 사라져야할 흉물이 아니다. 적절한 대책만 뒷받침된다면 도시와 거리의 훌륭한 문화적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