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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문화비평> 등록금 위해 피 뽑는 대학생
작성자 편** 작성일 2009-03-03 조회수 3843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20-45세의 건강한 남자들을 공복상태에서 약을 먹인 후 시간별로 채혈하여 그 혈중 약물 농도를 측정하는 실험으로서, 1주일 정도 간격을 두고 오리지널약과 카피약에 대한 교차시험을 하는 것이다. 물론 임상실험을 미리 거친 약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오랜 시간 채혈을 하는 만큼 피로도와 상실감이 꽤 크다고 한다. 이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을 요즘 대학생들이 하고 있다고 한다. 그 목적은 등록금 마련이다. 단기간(보통 1박 2일 정도)에 15만원가량 되는 비교적 많은 돈을 받기 때문에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경험을 했으며, 앞으로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2008년 말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제8회 퍼블릭엑세스 시민영상제’ 대상작인 다큐멘터리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안창규 감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안 감독의 다큐에는 등록금을 둘러싼 대학생들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담겨 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몰입해야 하는 현실, 등록금 때문에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과정 등 등록금 ‘1천만원 시대’의 아픔을 그렸다. 너무나도 슬픈 우리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학교에서 내라는 대로 입학금과 등록금을 냈을 테지만, 재학생들은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해 휴학이나 입대를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본다면 2009년 대학사회에서 ‘등록금’은 문제의 출발지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공약처럼 대학등록금이 반값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방학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도 알바를 하느라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집안의 가계부도 웃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는 돈으로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며, 나아가 여행이나 공연 관람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대학생 자신들은 학교에서 학생회와 동아리,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대학공간의 문화가 지금보다 활기를 띨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대학이 바뀔 수 있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지금 당장 등록금 몇 푼을 돌려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등록금의 사회학과 정치경제학’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되었다. 지금 한국의 대학들은 건물을 신축해서 상업시설을 유치할 때가 아니다. 그보다는 낡은 건물이라 할지라도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고도 대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대학당국과 교수, 교직원, 학생, 지역사회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는 세계금융시장의 여파에 따라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바로 지금이 역설적이게도 ‘대학 혁명’이 가능한 시기이다.


글_권경우(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