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좋아하는 필자지만 그 중 싫어하는 것은 바로 ‘재방송’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본의 아니게 재방송을 봐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당의 미디어법 개정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다 잠시 숨을 돌렸다고 생각한 찰나에 결국 여당은 지난달 25일, 미디어법을 기습 상정했다.
하지만 미디어 법을 살펴보면 언론학을 전공하지 않는 필자도 우려되는 점이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법의 핵심은 ▲사이버 모욕죄 ▲대기업의 신문과 방송진입 허용 ▲신문사와 방송사 겸영 허용이다. 먼저 사이버 모욕죄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을 공공연하게 비방했을 때 죄가 성립한다는 법안이다. 언뜻 들으면 악플을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비방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결국엔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불과하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조·중·동을 비롯한 거대 자본이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조·중·동이 전체 신문시장 70%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방송까지 확장된다면 여론은 획일화 되고 국민들의 ‘알권리’는 침해당할 수 밖에 없다. 대기업 신문방송의 허용 또한 광고주 수입이 전부인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위한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거대 자본의 언론 장악 가능성이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려 하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방송은 공공재가 아닌 ‘상품’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미디어법이 개정되면 경제논리에 입각해 투입, 산출은 효율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방송을 공공재가 아닌 상품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해 방송을 바라본다고 해도 시장경제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이다. 하지만 여기서 ‘공정’이라는 단어는 빠진 셈이다. 또한 70%의 국민이 미디어법 개정을 반대하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자본의 힘이 방송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그 순간 언론으로서의 역할은 무색해지고 ‘정권과 자본의 나팔수’ 역할을 할 우려가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과거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부와 거대언론으로부터의 언론장악은 존재했다. 이를 단순히 ‘과거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현재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 이번 미디어법 강행처리만 해도 이를 반증하는 예가 아니겠는가. 무엇이 진실이든 간에 자유와 양심을 바탕으로 한 언론기관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언론인들만의 문제로 인식해 온 이번 사태를 이제는 마음으로 보내는 지지를 넘어서 모든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임 민 지 편집국장 (화학공학·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