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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도덕적 위기에 중립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
작성자 박** 작성일 2008-11-12 조회수 3995

  하루를 꼬박 수업과 신문사 작업에 치여 집에 돌아오면 11시가 넘는다. 금방이라도 몸을 누이고 싶지만 12시에 TV를 켜 늘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시사투나잇>. 진행하는 기자도 아나운서도, 보도하는 내용이나 ‘숙경미 Q’ 코너에서 여자 기자들이 현장을 뛰어다니는 모습도 늘 마음에 들었다. 특히 숙경미 Q는 인권, 노동 등 사회 소외 계층과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최근 ‘노근리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필자는 졸린 눈을 비비며 TV 앞에 앉아있던 애청자였다.


  하지만 최근 필자가 사랑하던 시사투나잇에도 정부의 불똥이 튀었다.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인사인 KBS 이병순 사장의 입김으로 사실상 폐지가 확정됐다. KBS 측은 ‘폐지가 아니라 이름만 변경되는 것이다’고 말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이름이 바뀌면 사실상 성격도 바뀌고 진행자도 교체된다는 사실을 노린 것이다. 이에 KBS의 시사·다큐·교양 피디들이 시사투나잇 폐지에 항의하며 가을 프로그램 개편 집단 보이콧을 선언했다. KBS PD들은 묻는다.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 개편인지를.


  시사투나잇은 정부와 여당에 쓴 소리를 날리고 각종 사회 현안을 ‘패러디’를 통해 비꼬았고 서민과 소외계층의 손을 잡아줬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던, 언론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기륭전자 단식투쟁의 현장에도, 300만 대학생이 목소리 높이던 등록금 문제에도 시사투나잇이 있었다. 그렇게 지난 4일 새벽 1시, 내가 사랑해 마지않던 <시사투나잇>은 5년이라는 긴 방송을 끝내고 사실상 마지막 방송을 했다. 심도 있는 취재를 통해 심야시간에 속 시원히 촌철살인을 날리던 그 방송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KBS 정연주 사장이 해임될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공영방송이 이제 제 위치를 찾는 것이고 국민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공영방송의 제 위치는 무엇일까. 아마도 국민에게 사랑받는 방송이 아닌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우는 현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원한 것이 아닐까.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면 ‘좌익’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현실 속에서 방송이 가야할 길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사람들을 위해 마련돼 있다”는 단테의 말이 있다. 시사투나잇은 중립을 지키지 않은 용기 있는 방송이었다. 시사투나잇은 이제 긴 침묵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제 용기를 가진 국민들의 침묵은 깨질 것이다.


박 다 영  편집국장 (정치외교학·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