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로운 것이 요즘 우리나라의 경제판이다. 주식과 환율의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서민들의 생계위기는 IMF 외환위기보다 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언제 진정될지 모르게 퍼져나가고 있고 이제 조금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의 대상인 국제석유가격 문제는 우리나라가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지만,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우리나라만 독감이 걸리는 이런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외환보유고가 2천억 달러를 훨씬 상회하고,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인 우리나라가 왜 위기의 본국인 미국보다 더 주식과 환율이 급등락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겨우 80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 채권액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무너져내릴 듯이 호들갑을 떨었던 9월 위기설은 또 어떠했던가.
우리는 이러한 사태의 뒤에 이명박 정부의 신뢰도가 큰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수위 때부터 그랬지만 이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계속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촛불시위도 따지고 보면 정부의 신뢰도 문제가 촉발시킨 것이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공기업 민영화 문제가 그렇고 대운하로 또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 정책은 원래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으므로 임기 중 추진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촛불시위 와중에 자의든 타의든 대운하와 상수도 같은 중요 공기업의 민영화는 국민이 원치 않으면 하지 않겠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하여 국민의 뜻을 분명하게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포기한 것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 작금의 국민적 분위기였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정부의 장관이나 중요 당직자가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하긴 했지만 이의 재추진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은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에 큰 흠집을 또다시 남기는 것이다. 그 길이 설사 옳은 길이라 할지라도 지금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 지금 국내외적 상황은 정부로 하여금 그런 선거공약실천문제를 들고 나올 만큼 여유있는 시점이 아니다. 4년 반이나 남은 대통령 임기를 생각하면 지금은 지난 6개월여 동안 까먹은 대통령과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한 것 이지 내년이나 내후년에 하든지 아주 하지 않아도 될 운하나 상수도 민영화 문제를 꺼낼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진원지인 미국보다 더 불안하고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우리 정부의 신뢰도가 시장에 전달되지 않은 이유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신뢰만 회복하게 되면 공기업민영화나 대운하를 진지하게 재론할 자리는 얼마든지 다시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일에는 선후가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그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당국이 신뢰를 잃으면 그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