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신임사장이 취임하였다. 전 사장 해임과 신임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있었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은 매우 착잡하다. 우리는 이에 대해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임기가 남아 있는 전임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절차의 문제이다. 정 전사장은 이미 법원에 해임무효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이 절차가 과연 ‘적법한가’ 여부는 앞으로 법정에서 판가름 나겠지만, 우리가 제기하고 싶은 것은 청와대와 정부의 이 조치가 ‘정당한가’ 하는 점이다. 이번 해임절차는 상당히 정치적이었고 무리한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정 전사장이 현 정권와 매우 불편하고 적대적이었음은 익히 아는 바이지만 그렇다고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사람을 감사원의 표적성 감사를 거쳐 KBS 이사회의 해임권고 의결로 대통령이 해임하는 일련의 절차를 볼 때 정부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공영방송을 틀어막으려는 저의가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민주화가 이루어진지 20년을 넘어선 이 시점에서 여전히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앞날은 험난할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공정한 언론의 본분을 지켜왔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번 사장 해임과 신임사장 임명과정에서 언론자유라는 명분으로 일부 사원들은 극렬하게 저항하였고 아직도 그 불씨는 남아 있다. 우리는 그 명분에는 공감하면서 한편으로 KBS의 임직원들은 그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가를 묻고 싶다. 돌이켜 보면 수십년의 역사 속에서 KBS는 최근 6개월을 제외하면 군사독재시절과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정부의 나팔수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 특히 전 정권에 의해서 발탁된 정 전사장이 사내외의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비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재임까지 하면서 봉사하였던 지난 4년은 5공 시절의 ‘땡전뉴스’를 오히려 능가하는 정권의 나팔수가 아니었던가. 이것이 일부 임직원들이 말하는 언론자유라면 언론자유의 명분에 공감하는 우리의 입장은 매우 곤혹스러울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임명된 신임 사장은 다행스럽게도 낙하산 인사의 오명에서 일단 비켜서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인 것 같다. 신문에 비해 방송, 특히 TV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오늘날의 언론환경 속에서 국민의 방송이 진정으로 공정한 방송보도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KBS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특정 정치적 입장에 편향되어 국민의 공유자산인 한정된 전파를 자신들의 입장을 강요하는데 남용하였던 일부 방송관계자들과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무리한 절차를 동원하여 사장교체를 감행한 정부관계자들 모두의 맹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