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울산대미디어
본문바로가기
ender

뉴스미디어

뉴스미디어

‘커닝’과 ‘리포트 베껴쓰기’ 뭐가 달라?
작성자 임** 작성일 2008-06-12 조회수 3698
  내 이름은 이기린. 올해 2학년이다. 2학년이 되니 1학년보다 힘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 나의 대학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리포트는 나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지난해만 해도 인터넷에 검색하기만 하면 무한정 나오는 실험자료에 리포트 걱정은 없었다. 단돈 500원과 좋은 리포트를 식별하는 안목만 있다면 조교의 ‘참 잘했어요’ 도장은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2학년이 되니 책에 적힌 정석대로 실험하지 않아 인터넷에서 리포트를 찾을 수 없다. 더 이상 나에게 인터넷이 내 리포트의 ‘참 잘했어요’ 도장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 골머리를 앓게하는 전공보다는 교양을 사랑한다. 교양 교수님이 내주시는 대부분 주제들은 인터넷 검색능력만 갖추면 3시간이면 충분히 리포트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리포트를 내가 직접 쓴다면 주변 친구들은 날 바보취급 할 것이다. 가끔은 교양과목 교수님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많은 학우들이 인터넷에서 베껴서 내는데도 매번 리포트를 내주는 이유를 모르겠다.


  “전 친구들의 리포트를 종합해서 써요”, “리포트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독후감 같은 건 당연히 베껴서 쓰지요”라고 당당히 말하는 학우들.


  앞의 기린이와 학우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즘 대학생들의 모습이다. 검색만 하면 뭐든 나오는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에게 유료사이트에서 리포트를 구입하고 ‘ctrl+c(복사하기)’와 ‘ctrl+v(붙여넣기)’ 몇 번으로 리포트를 완성시키는 풍경은 이제 너무나 익숙하다.


  보고서 작성 및 발표를 강의하는 조상현 강사는 “리포트를 제출할 때 모두 다 베껴 쓴 채로 편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요즘 대학생들에 대한 교수의 불만은 ‘스스로 리포트를 쓰는 학우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교수들은 리포트 관리를 어떤 방법으로 하고 있을까?


  이성희(사회학) 교수는 “인터넷에서 베껴올 수 없는 다양한 주제의 리포트를 내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벚꽃보고 감상문 써오기, 성격ㆍ이론 내용정리, 프로그램 개요에서 실행 예산내기 등 다양하면서 자신이 스스로 작성해야만 하는 과제를 내준다. 그는 “리포트 사이트에서 공유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알고 있다”며 “자신의 것이 아닌 리포트는 돌려보낸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또 최종호(스페인중남미학) 교수는 “리포트는 학우들이 스스로 써야하지만 워낙 인터넷이 발달한 상황에서 리포트를 내는 것은 단지 시간보내기에 불가하다”며 “과제를 내는 것보단 가능한 수업시간에 그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한다”고 전했다. 교수들도 학우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학우들은 왜 리포트를 판매하는 유료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일까.


  윤아름(스페인중남미학ㆍ3) 학우는 “리포트를 구입해 참고자료로 사용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강의내용을 자세히 가르쳐주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나오는 리포트를 감당하자면 유료 사이트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며 “어떤 교양과목의 경우엔 인터넷을 이용하면 시간이 훨씬 절약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학우들은 이와 같이 자신의 행위를 ‘표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많은 학우들은 시험기간 ‘커닝’에 대해 해선 안 되는 것이며 잘못됐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리포트 베껴쓰기에 있어서는 그러한 의식이 부재하다. 오늘 밤에도 수많은 대학생들이 웹서핑을 하며 리포트 구입을 위해 또는 리포트를 쓰기 위해 수많은 웹페이지와 블로그를 클릭하고 있다. 리포트는 단순히 성적을 매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 강의에 대한 이해도를 확인하고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 중 하나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베껴쓰기를 일삼는 학우들에게 ‘리포트’도 엄연히 한 개인의 창작물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