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조의 일대기를 담은 MBC 사극 ‘이산’이 정치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정조는 서로 다른 것을 조화시켜 대등하게 나아가는 것이 바른 정치라며 당파간 정치세력에 균형을 꾀한 탕평책을 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조는 당색으로 소외된 남인, 소론 출신의 학자들과 서얼 등용을 통해 새로운 혁신 정치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던 자신의 뜻에 반해 사직상소를 올리며 전면전을 불사했던 노론 중신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노론을 몰아내고자 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을 위해 올바르게 쓰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하려는 정치는 서로 다른 것을 조화시켜 대등하게 나아가려는 것이다. 그 길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기꺼이 갈 것이다”고 말이다.
이제 200년이 넘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온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어떨까. 새롭게 정권을 잡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임기직 산하 기관장 사의 표명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의 인사를 ‘코드인사’로 몰아붙이며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무현 정부의 사람은 떠나라’고 대놓고 얘기하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자기와 다른 뜻을 가진 사람들은 내치고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만 채우겠다는 생각이다. 마치 이전의 노무현 정부는 ‘없었던 것 마냥’ 자신들만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코드론’적인 성격이 더욱 강하다. 최근 ‘고소영’이 인기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이는 탤런트 고소영의 인기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이명박의 인(人)라인을 나타내는 ‘고(고려대) 소(소망교회) 영(영남)’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주요요직은 이 ‘고소영’들이 대부분 차지했다. 조선시대로 따지면 노론벽파가 이른바 노른자위 땅을 다 차지한 셈이다.
다시 정조의 이야기를 해보자. 정조의 탕평책은 각 붕당의 입장을 떠나 의리 명분의합치와 능력 있는 사람을 중용했다. 특히 노론, 소론뿐만 아니라 글을 잘 하는 서얼도 파격 등용했으며, 남인 출신을 영의정에 앉히는 등 적극적인 탕평책을 펼쳤다.
실력이 있고,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등용했던 정조처럼 정당, 색깔, 코드를 넘어선 개혁이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진정한 ‘실용주의’의 모습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선 이제 이명박의 인(人)라인은 ‘고소영’을 넘어서 좌우와 계층을 넘나들어야 할 때다.
박다영 편집국장(정치외교학·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