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비범죄자 | |||||
작성자 | 편** | 작성일 | 2007-12-13 | 조회수 | 34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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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술집 문 앞에서 주민등록증을 내보이고, 어느 자리에 앉아서 어떤 얘기를 나누는가를 감시당하는 상황을 인터넷의 바다에서 매일같이 마주하고 있는 꼴이다. 지난 2007년 7월 27일부터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제한적 실명제(제한적 본인 확인제)’라는 게 시행되고 있다. 말 그대로 온라인상에서조차 ‘민증 까라’는 말이다. 정부 당국은 일부 누리꾼들의 성숙치 못한 댓글문화가 특정 정치인과 연예인, 그리고 최근 아프가니스탄 피랍자에 대한 명예훼손, 인격모독, 인권침해, 간접살인 등을 유발해 심각한 사회문제 등을 불러오고 있다며 인터넷 실명제 실시, 주민번호 클린캠페인, 문화관광부 UCC 저작권 가이드라인 도입 논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 UCC 운용기준(e-Clean 선거 협약), 통신비밀보호법 개악 시도, 제한적 실명제에 이르기까지 법률과 지침들을 숱하게 쏟아내고 있다. 명백히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정치사상의 자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위헌적 만행이다. 그 뿐 아니다.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을 인터넷의 힘이라 판단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공직선거법을 뜯어 고치는데 팔을 걷고 나섰다. 특히 공직선거법 93조는 제한적 실명제와 더불어 누리꾼 모두를 예비범죄자로 만들어 버렸다. 내용인 즉은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한다. 실제 이 조항을 근거로 2007년 10월 31일 현재 약 65,000여 건의 게시물이 삭제되었다. 요즘도 대략 2~300여 건의 게시물들이 매일 이같은 운명을 맞고 있다. 게시물을 쓴 누리꾼들 가운데 약 1,200여 명이 입건되었다. 그야말로 유권자들은 조용히 입 다물고 있다가 표만 찍으라는 얘기다. 내가 거리에서 ‘민증’을 내보이며 검문을 당하는 경우는 범죄자로 의심 받을 때다. 입건 또한 피의자로서 처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결국 공직선거법과 선거 UCC 운용기준, 제한적 실명제는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다는 유권자 모두를 예비범죄자로 규정하는 것도 모자라 범죄자의 길로 이끄는 악법이다. 과연 악법도 법인가? 아니다. 정작 삭제되어야 할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정치를 정치꾼들만의 전유물로 만들어 버린 공직선거법 93조, 선거 UCC 운용기준, 제한적 실명제이다. < 안내 > ‘2007대선시민연대’(http://vote2007.or.kr)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피해사례를 접수 받고 있으며, ‘선거법 단속으로 사라진 게시물 전시회’도 열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글_장동엽(참여연대 홍보팀) 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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