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글의 시작에 앞서 이 영화가 독립자본으로 제작된 독립영화인 줄만 알고 작품선정한 것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고자 한다. 당최 메이저 자본이 투자할만한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엔딩크레딧에 올라오는 C모 투자사는 필자를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영화를 다 본 후 필자는 고민에 빠졌다. 한국독립영화를 소개하고자 마련한 이 섹션에 과연 이 영화를 마지막 작품으로 올려야 할 것인가. 영화를 다 보고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이토록 훌륭한 영화가 많은 관객과 만나지 못하고 잊혀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서라도 이 영화에 대해서 쓰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현대 대중문화에 일어나는 하나의 흐름을 꼽아보자면 복고와 키치문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절정에 다다른 것이 요즘의 ‘텔미’열풍정도가 될 것인데, <삼거리극장> 또한 이러한 키치문화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저 옛날 미국의 젊은이들을 드랙퀸의 수렁으로 몰고 갔던 <록키호러픽쳐쇼>가 생각나게 하는 음산한 분위기와 흥겨운 음악들, 극장호러의 결정판인 <데몬스>가 생각나게 하는 클라이막스, 무엇보다 영화의 최고 압권은 저 옛날 무성영화의 시대정신까지 본받아 만들어낸 ‘소머리인간 미노수대소동’. 영화의 곳곳에는 현대 대중문화의 흐름을 읽어볼만한 키치적이고 복고적인 코드가 흘러내린다. 그리고 영화의 전체 배경이 되는 삼거리극장을 보라. 필자가 어릴 적 <우뢰매 : 전격3작전>을 보던 부산 남포동 왕자극장을 떠올리게 하는 극장내부!! 이 영화는 그렇듯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감상내내 상상력을 자극하게 하는 기특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라고 마냥 완벽한 것은 아니다. 특히 영화의 대사구성능력이 초등학교 고학년 국어교과서 수준이라고 맹비난을 하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자면 이 영화는 뮤지컬이 아니던가! 과거 보아왔던 몇 가지 뮤지컬을 떠올려보자면 그들은 대사에 그리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노래와 춤, 그리고 미장센, 편집만이 뮤지컬 영화의 완성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뮤지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선 내용에서 이 영화는 키치, 복고문화의 흐름에 발 맞추는 영화라고 했다. 그러나 마냥 그 흐름을 답습하는데 그치지만은 않는다.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면서 영화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사라져가는 단관 상영관, 흥행코드에 발맞춘 기획영화에 묻혀서 사라져가는 정통 장르영화, 귀신이 되어 산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가는 존재들. <삼거리극장>의 매력이자 눈물겨운 감독은 이런 곳에 있다.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가끔은 존재조차 알려지지 못한 그런 문화텍스트의 한 조각들을 발견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획을 작성하면서도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독립영화의 명작들을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필자의 마음과 통하는 영화라고 약간의 억지를 부려보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글_여용준(철학·4)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