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2년 동안 무산됐던 ‘2008 총학생회 후보자 정책토론회(이하 정책토론회)’가 두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학우들이 참여한 가운데 상징탑에서 진행됐다. 12시 반부터 시작된 정책토론회에서는 두 선본이 제시한 다양한 공약을 바탕으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입장과 계획에서부터 주차문제 해결방안, 학우들과의 소통 방안 등 학우들의 가려운 곳들이 화두로 올라 두 선본 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비록 미숙한 준비와 진행으로 부족하긴 했지만 더 많은 학우들이 자리에 함께 했다면 좀 더 내실있는 정책토론회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객석을 차지하는 이들은 각 선본 운동원과 학내 언론사 기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지나가던 학우들이 멈춰서 듣고는 했다.
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무관심은 이들을 선출하는 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때문에 학생회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학우들의 표심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매년 고민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학우들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는 것이다. 소위 빡세게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을 진행해봤자 매년 결과는 6%안팎의 인상이다보니 인상분만큼 ‘돌려받자’는 논리가 나왔고 이것이 학우들에게 먹혀들어갔다. 학생회로부터 무언가를 받는 것에 길들여진 학우들은 “다음 학생회는 무엇을 줄까?”를 궁금해하고 기대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처음엔 다이어리, USB로 시작된 것이 최근에는 전자사전, PDA, mp3 등으로 단가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학생회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가 없다.
이것이 학우들의 잘못일까? 필자는 단호히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학우들을 길들인 학생회 책임이 크다. 학생회의 역할은 학우들의 대표로서 여론을 모으고 권리를 수호하는 것이지 학우들에게 물질적인 무언가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학우들에게는 전자보다 후자의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에 어느새 학우들은 이러한 학생회에 길들여진 것이다.
‘길들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냐는 어린왕자의 질문에 여우는 “그건 너무 잘 잊혀지고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라고 답한다. 또 여우는 어린왕자와 헤어지며 길들여진 관계를 맺게 되면 반드시 거기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전한다. 학생회가 학우들을 길들이는 방법이 잘못됐으니 좋은 관계가 형성될리 만무하다. 학우들도 이러한 학생회의 행동에
비판을 가해 길들어야 하지만 책임을 방관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2008년에는 학생회와 학우 모두, 서로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관계 속에서 상호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 유 진 편집국장 (국어국문학·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