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텔 몰카에 귀신이 찍힌다. 그리고 한 취재팀이 이 귀신의 정체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취재과정에서 믿기 힘든 진실들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TvN을 자주 시청한 사람일 것이다. 영화사에 있어 그 전통이 의외로 상당한 장르인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현재 케이블 채널을 통해 꽤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란 거짓된 상황이나 이야기를 진짜인 것처럼 위장하여 찍어낸 영상물들로 영화중에서는 <블레어 윗치>나 테리 길리엄의 ‘몬티 파이튼’ 3부작 등이 있을 것이다. 극영화란 본디 가짜를 진짜처럼 전달해야 함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 많은 특수효과를 동원하고 더 리얼한 연기와 연출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에 가장 완벽하게 가짜를 진짜처럼 전달하는 방법은 진짜를 전달하는 방식을 빌려오면 되는 것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그것을 가장 영리하게 소화해낸 사례이다.
2007년 현재에 와서 이 영화를 다시 보자면 어설픈 구석이 많다. 배우들(인터뷰하는 사람)은 연기하는 것이 꽤나 티가 난다. 특히 부산 사투리는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리고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도 적재적소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핸드헬드로 촬영된 화면은 어지러울 뿐이다.
그러나 천천히 둘러보면 이건 꽤나 무시무시한 공포영화다. 케이블 채널의 납량특집 다큐에 비해서 리얼리티를 많이 포기하고 다가선 부분이 많은 부분을 공포스럽게 만들어낸다. 귀신의 영상도 모자라서 귀신의 소리가 들린다거나, 후반에 나름 귀엽게 반전을 심어둔 것이나, 반전의 부분을 극적으로 묘사한 것이나 여러 가지로 봤을 때 왠만한 공포영화에 기죽지 않을 그럴 듯한 공포영화가 나온 것이다.
이전까지 많은 독립영화들은 소외받고 외면당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토해내는 신문고의 역할을 해왔다. 어느 순간, 어느 영화가 그 계기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영화를 즈음하여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와 경쟁하기 위해 자신들이 갖춘 무기를 지니고 경쟁하기 시작한 것이다. 독립영화계가 만든 장르영화는 흥행을 위해 가해지는 그 어떠한 제한도 없다. 그것은 애시당초 거대자본과 유명배우로 흥행할 수가 없었기에 그 기발함과 완성도로 승부를 건 것이다.
<목두기 비디오>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호러 다큐멘터리이다. 물론 그것이 가짜 호러 다큐멘터리이긴 하지만 어쩌면 그 사실이 더 이 작품의 위치를 확고히 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 케이블 방송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기법은 그 사용목적 덕에 꽤나 싸구려 장르로 취급되기도 하지만 본디 이 장르는 극영화를 더욱 더 진짜처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일 것이다. 한국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시작은 본디 이 영화부터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글_여용준(철학·4)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