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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넓은 오지랖이 필요한 지금 이 순간
작성자 편** 작성일 2007-09-18 조회수 3955

  지난 8월말, 학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손글씨 대자보가 붙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문사로 세 명의 학우들이 찾아왔다. 작곡과 학우들이라고 밝힌 그들은 “내년부터 작곡과는 신입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8월초에 학과페지(이하 폐과)가 결정났다”고 말했다.


  ‘문학ㆍ역사ㆍ철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이듯, 작곡은 음악에 있어서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작곡없이는 노래를 부를 수도, 악기를 다룰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 대학교는 음대는 유지하되 그 기초인 작곡과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3년 간 정원미달과 취업률 저조. 이렇게 작곡과는 설치 10년만에 폐과라는 비극적 결말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한편, 2005년과 이번 해에는 각각 경찰학과와 간호학과가 신설됐고 내년에는 실내디자인학과가 우리 대학교에 신설된다. 이것이 무슨 조화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역시 이유는 간단하다. 취업률 보장이다. 물론 대외적 이유는 유망한 학문이고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90년대 후반부터 ‘학문’과 ‘교육’은 수요가 있어야만 존재의 이유가 있는 ‘상품’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기초적이고 원론적인 학문에 대한 수요가 줄면 학과를 폐지하고, 기술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에 대한 수요가 늘면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는 것으로 대학들은 주판알을 튕기기에 여념이 없다.


  결국 최종적으로 피해를 입는 건 학우들이다. 대학은 학과폐지 및 신설을 통해 다소 욕을 먹더라도 시장성 확보를 통해 손해만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반면 학우들은 질 높은 교육을 받고자 들어온 대학에서 제대로된 학문적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학우 개개인 역시 취업가능성으로 평가되는 상품일 뿐이다.


  이번 작곡과 폐과에 대해 대부분의 학우들은 “만약 우리 학과가 폐지된다면 가만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기까지일 뿐 그 이상은 없다. 작곡과 학우들이 학교 측에 항의하고 시위하는 것에 대한 심적 지지만 보낼 뿐 함께 동참해 싸울 마음은 없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문제가 아니니까.


  시장경제논리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된 작곡과는 ‘상품’이고, 여기에 속해 있는 학우들 역시 ‘상품’이다. 작곡과 학우들만 상품인가? 그건 아니다. 국어국문학과도, 기계자동차공학부도, 정치외교학과도 모두 대학의 입장에서는 상품에 불과하다. 학우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여전히 남의 문제일까? 학우들의 의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사태의 잘못된 점을 공감하고 있으며 자기 문제가 되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다. 내 문제가 아니더라도 잘못됐다고 판단될 때 오지랖을 발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이 유 진  편집국장 (국어국문학·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