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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학을 품다>‘여자’의 적은 ‘여자’ 여야 한다?
작성자 강** 작성일 2007-06-05 조회수 3099

  아주 먼 옛날 피부가 눈처럼 하얗고 머릿결은 칠흑같이 검은 흑설공주가 있었습니다. 공주의 어머니는 공주가 어릴 때 일찍 돌아가셨고 그에겐 새어머니가 생겼습니다. 여기까진 누구나 생각하는 동화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사실 공주의 새어머니인 전 비록 친자식은 아니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인 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거든요.


  어느 날이었습니다. 임금의 신하인 헌터경이 공주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헌터경이 정작 빠져있던 것은 공주를 사랑하는 진실된 마음이 아닌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이었습니다. 임금의 사위가 된다면 공주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왕의 권력,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공주와 결혼하리라 다짐했고, 왕궁 정원에서 아름다운 꽃을 꺾어 공주에게 보내는 등 공주의 환심을 사기위해 노력했습니다. 공주는 어떻게든 그를 피하고만 싶었습니다. 늘 품위 있고 매너 있는 신사인 척 행동하는 헌터경이였지만 욕심으로 가득한 그의 시커먼 속을 모를 리 없을 테니까요.


  공주가 헌터경의 청혼을 매몰차게 거절하자 헌터경은 공주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올랐습니다. “계모에게 전처의 자식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 아닙니까” 이윽고 헌터경은 나와 공주를 이간질시키기 위해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난 이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조용히 말을 이어나갈 뿐이었죠. “그건 남자들이 만들어낸 어리석은 편견에 불과합니다. 새엄마가 어째서 전처의 딸들을 미워해야 합니까? 왜 우리가 불필요한 싸움에 말려들어야 하죠? 어쨌든 난 흑설공주가 아주 좋아요. 명석하진 않아도 마음씨 고운 아가씨지. 내가 공주를 구박할 이유가 어디 있느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모든 계모들이 전처의 자식을 구박하고 미워해야 한다는 생각이 구구단 공식처럼 우리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계모가 전처의 자식을 미워해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여성에 대한 깊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편견에 불과합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 여러분은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이는 분명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롯된 말인데도 정작 여성들이 편협한 가부장적인 사고에 갇히는 것을 정당화하는 말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계모인 내가 흑설공주를 헌터경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남성들이 만든 우월감 때문에 여성들 스스로를 적을 만드는 일은 없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