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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학을 품다>껍질뿐인 A+를 원하십니까?
작성자 강** 작성일 2007-04-11 조회수 3457
  병상에서 이런 편지를 쓰고 있는 제 자신이 꽤나 우습군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병원 내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외과의 수장이었는데도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의 모습으로 병실에 있습니다. 후배 의사들이 다 잘될 거라고, 곧 건강해질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전 다 알고 있습니다. 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요. 맘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천재 의사 자이젠 고로는 이제 없습니다. 의사의 한마디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환자인 자이젠 고로만 있을 뿐이지요.


  외과 과장이라는 자리를 손에 얻기 위해 뇌물로 내게 유리한 편의 사람을 만들었고, 나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친구인 사토미는 내게 물었습니다. 대체 과장 자리가 도대체 무엇이냐고요. 하지만 아즈마 교수님 수하에서 조교수로 힘들게 수련한 내 인생의 10년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과장을 내 자리로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지나친 야심으로 의과대학 시절, 오오코우치 교수님마저 제게 등을 돌리고 말았지만 외과 과장이 되겠다는 제 마음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과장이 돼 병원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한 노력은 정작 의사의 본분인 환자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유명 의료학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나의 진료환자는 소홀히 했으니까요. 결국 환자는 사망했고 유족들은 의료소송도 불사했습니다.


  주치의였던 내 잘못이 명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갖은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감추고 유족들을 기만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전 소송에서 패소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외과 과장이라는 껍데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걸 잃어버리고 있었는지를 말입니다.


  중간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겠군요. 일찌감치 자리가 다 차버리는 열람실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차겠죠. 그중엔 시험기간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컨닝도 서슴지 않는 학생들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컨닝 뒤엔 부끄러운 자신의 점수와 마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아직도 계단강의실 책상 도처에는 컨닝에 대한 아픈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컨닝을 위해 시험감독의 눈을 피해 몰래 적어둔 컨닝의 자욱이 지워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한 순간 곁눈질하나만으로 점수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물론 점수가 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껍데기’일 뿐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진정 ‘껍데기’뿐인 A+를 원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