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대학을 품다>역사가 살아남을 수 없는 이유 | |||||
| 작성자 | 강** | 작성일 | 2007-03-05 | 조회수 | 3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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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오빠! 그곳에서는 행복해? 오빠를 떠나보낸 후, 나는 요즘 과거로의 여행을 하고 있어. 생각보다 내 어린 시절 속 오빠의 자리는 꽤 컸던 것 같아. 하지만 이번 여행으로 난 그 땐 몰랐던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됐어.
공산당 당원의 자식인 우리 역시 사회에서 빨간딱지가 붙어 버린 걸 옛날엔 몰랐어. 난 “왜 오빠가 꼭 데모를 해야 해?”라고 물었었지. 그럴 때마다 오빠는 욱하고 성질을 내며 데모를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화를 냈어. 그래, 생각해보면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아. 오빠 혹은 우리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거야. 그래서 ‘빨갱이’의 자식이라 가중처벌을 받을지라도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거지. 재밌는 사실 하나 가르쳐줄까? 경제ㆍ정치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대성그룹 맏며느리 혜주언니 딸 애리말야. 그 애가 지금 학생운동을 하고 있어. 참 모순이지? 천하의 대성그룹도 딸 생각까지 제 것으로 만드는 건 역부족이었나봐. 얼마 전 애리를 학교 동아리실에서 만났어. 솔직히 대성그룹의 사람이라고 하기엔 지극히 평범한 모습에 놀랐어. 아무리 둘러봐도 부모 덕에 세상 부귀를 다 누릴 것 같은 대학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거든. 애리는 신데렐라와 같이 화려했던 과거의 자신은 모두 가짜라고 자신의 삶을 비하했어. 하지만 애리 역시 아버지와 대성그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대성기업의 입김이라면 뭐든지 안되는 것도 되게 할 세상이니까. 애리는 아버지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어. 서산댁 아주머니 기억해? 무척이나 억척스러웠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던. 그 아주머니가 위안부 생활로 얻은 매독때문에 위독한 상태야. 대성그룹 후계자인 노상규는 그녀의 딸인 혜주언니를 병적으로 좋아했으면서도 그녀는 지독히도 싫어했어. 노상규가 그녀를 세상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외딴 곳으로 숨겨둔 이후 손녀인 애리조차도 외할머니의 생사를 모르고 있어. 지금도 그녀는 아프고 힘든 하루하루를 외롭게 보내고 있어. 노상규는 자신의 장모가 ‘똥갈보’였던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운가봐. 그렇지만 위안부였다는 사실은 그녀의 잘못이 아냐. 그 또한 우리 역사의 슬픈 모습이야. 그걸 은폐하려는 노상규가 진실을 모른 체하는 거짓말쟁이인거야. 오늘날 ‘대성기업’은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존재로 각인되고 있어. 거짓말쟁이 아버지의 세계에서 진짜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애리도, 노상규의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서산댁 아주머니 역시 대성기업이라는 넘을 수 없는 큰 벽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하고있는 것처럼. 그들의 거짓말과 은폐로부터 우리의 진실과 역사를 지킬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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