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대학을 품다>살아있습니까? 그렇다면 사랑합니다 | |||||
| 작성자 | 강** | 작성일 | 2006-11-07 | 조회수 | 2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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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길이가 예규에게 보내는 편지 예규야 잘 지내고 있니? 여긴 군대야. 말도 없이 훌쩍 입대해버려서 서운할지도 모르겠구나. 신춘문예에 낙선하면 군대 갈 거라고 했던 말 기억나? 결과에 따라 입대했지만 내겐 결코 낙선이 아니었어. 심사위원들이 앞으로의 내 가능성을 높이 사주었거든. 그것만으로도 난 ‘한국만화’를 그리는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고 생각해. 넌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야. 내 인생에서 ‘포기’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콜라’와 같다고 늘 생각했어. 어린 시절 콜라병을 들고 옥상에서 허무하게 자살해버린 사촌형 때문에 혐오감마저 생긴 그 콜라 말이야. 그런 내게 가족들과 친구들은 ‘넌 꿈만 먹고 사니?’라며 핀잔을 주곤 했지만 난 여전히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믿어. 다만 꿈을 버린 친구들의 빈 자리를 혼자 견딜 수 있느냐와 없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언젠가 92학번 선배가 우리더러 ‘이름 없는 세대’라고 했지. 그래 대학생인 지금 우리는 돋보이지도 않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이름 없는 세대일지 몰라. 근데 그 이름이 뭘 의미하는 지 생각해 본적 있어? 난 정체성이라고 생각해. 내가 누군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우릴 보고 이름이 없다고 표현한거지. 내가 일본 만화를 따라가지 않고 진정한 한국을 담은 ‘한국만화’를 그리고 싶어 하는 건 그 정체성을 찾으려는 이유야. 우린 어쩌면 ‘패배주의’라는 이름을 갖고 살아오고 있었는지도 몰라. 목표도 없고 도전하는 방법도 모르지. 그러니 꿈도 목표도 사회와 타협하고 소리 없이 생각 없이 조용히 묻혀 살면 그 뿐이야. “김예규, 넌 뭔가를 열렬히 해본 적 있어? 뛰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말 안해. 해설은 밖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이나 하는 거지. 태어난 이상은 갈 데까지 망가지면 곤란하지. 하나 밖에 없는 친구 놈이 정신 이상자가 되는 건 슬픈 현실이다” 네가 ‘인생에서 그만 퇴장하고 싶다’고 말한 그 순간 흥분한 난 네게 이런 열변을 토해냈었지. 패배주의에 빠진 너의 눈동자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어. 몇 달 전 신춘문예 만화부분에 도전하겠다는 나의 결심에 넌 떨어질 게 뻔하다며 준비 할 필요 없다고 했지. 패배주의를 당연시한 너의 눈에는 내가 세상의 두려움을 모르고 겁 없이 바다로 뛰어든 나비처럼 보였겠지. 그래. 난 나비일지 몰라. 하지만 바다가 무섭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어. 중요한 건 바다가 아냐. 두려움을 알고도 뛰어들어 그 두려움도 희망으로 바꾸어가는 게 내겐 훨씬 중요해. 너 역시 내 생각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아있습니까? 그렇다면 사랑합니다」내가 신춘문예에 냈던 만화 기억나? 첫 휴가 때 너를 봤을 때는 살아있어 ‘사랑’할 수 있는 김예규를 볼 수 있었으면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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