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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후퇴한 민주주의 역사
작성자 김** 작성일 2006-10-17 조회수 3640

  군부 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사건들이 최근 줄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평택에 군부대가 투입돼 대추초등학교를 부수고 마을을 초토화시키더니, 지난달 22일에는 경찰병력과 용역을 동원해 전국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사무실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노조를 합법화 해 사무실을 내줬지만, 행정자치부는 각 자치단체에 교부금 삭감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 압박하고 기어이는 전국 162개 중 117개(72%)의 사무실을 폐쇄했다. 이미 헌법이 노동 3권을 인정하고, 노조활동 또한 보장하고 있기에 행자부의 이 같은 처사는 재량권 남용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 밖에도 지난 8월 말 포스코 건설노동자들에게 행해진 정부의 탄압, 그리고 통일학교 교사로 갔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에게 씌워진 국가보안법이라는 죄목과, 이를 빌미로 전교조 부산지부에 행해진 압수수색과정도 역시 모두 공안탄압의 일환이다. 최근 노동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몇 차례의 공안탄압 사례들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계속해서 시정을 권고하고 있어 세계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과 노력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정부가 국민들의 자유과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헌법은 세계에서도 내 놓으라 할만큼 민주화 돼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어느 나라보다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몇 차례 개정을 거치며 공안탄압과 정부의 권력남용에도 대처하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사회적 기본권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법이 공권력에 의해 훼손되기 시작하면 법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이미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법률을, 심하게는 헌법까지 개정했던 아픈 과거가 있다. 이번 행자부 역시 헌법에 위배되는 법을 특별법이라 규정하고 탄압을 자행했다. 이미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 전태일이 생각난다. 척박한 노동환경에서 괴로워하던 그는 인간답게 사는 것을 갈망하고 노동법을 알게 되면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노조를 결성하고 자치단체에 문제를 제기해도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법이 있으나 지켜지지 않는 현실은 그를 좌절시키고 결국 죽음으로써 그 시대의 노동현실을 만천하에 알린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그의 마지막 말은 후대 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에도 정부의 무력행사와 공안탄압으로 목숨을 잃은 자들이 몇 명 있다. 자신의 죽음으로 세상의 부조리함을 알린 그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의 죽음도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후퇴해버린 역사 앞에 생명의 가치 역시 후퇴해 버린 까닭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김혜민  편집국장 (법학·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