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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괴물 앞 생사의 갈림길에서
작성자 김** 작성일 2006-09-06 조회수 3849

  영화 괴물이 한국영화 사상 4번째로 천만관객을 돌파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모든 기록들을 싹쓸이했으니 이젠 명실 공히 우리 영화계의 괴물이다. 그래서 필자도 괴물 얘기를 좀 해보려 한다.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어리숙하기 짝이 없는 괴물의 난동을 보던 지하철 내 사람들과 한 미군의 바이러스 감염 소식을 들은 사람들의 너무 다른 반응이었다. 괴물의 등장에 영화를 보는 듯 고요한 반응을 보였던 그들. 그러나 미군의 바이러스 감염 소식은 재채기하는 사람마저도 의심해야 할만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언뜻 생각하면 괴물이 더 무섭게 느껴지지만 영화 같은 이야기 속 괴물은 처음부터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영화 속 사람들은 끝내 괴물의 실체가 주한미군기지에서 방유된 독극물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마스크를 쓰고 바이러스를 피하면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괴물의 실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괴물의 바이러스가 나에게 번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필자는 영화를 보며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언제 어디서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안감. 그리고 괴물의 발자국 소리에 또 다른 사람이 죽어나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봉준호 감독이 그린 영화 속 세상은 지금과 너무도 많은 부분 일치한다. 영화 속 괴물보다 더 영리하고 무서운 괴물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점점 이 나라 안으로 침투해왔지만 우리는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관심 가질만한 여유가 없는 것도 피할 수 있는 방법만 찾고 있는 것도 똑같다. 나에겐 부디 영향이 미치지 않기만을 바라며 마스크와 두꺼운 외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마치 취업난을 피하고자 도서관에 토익 책과 공무원 시험 교재를 들고 가는 학우들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눈앞의 적이 아니면 관심도 두려움도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래서 온전한 속내를 감추고 우리 사회로 침투해오던 괴물을 피해 취업난이 닥쳤을 땐 안정적인 공무원 준비로, 등록금이 오르면 복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타협하며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다. ‘한미 FTA’라는 거대한 괴물은 10명 안팎의 사람들이 아닌 4천 7백만 국민 중 90%이상을 사지로 몰 것이며, 교육ㆍ의료ㆍ노동ㆍ농업ㆍ축산업ㆍ금융ㆍ문화 모두를 잠식할 것이다. 영화 같은 이야기니 믿고 싶지 않겠지만 그 실체는 점점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괴물을 죽이는 길과 괴물의 지배 하에서 살아가는 길. 일제치하 때 우리 민족에게 주어졌던 두 가지 생사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밥을 먹으려던 찰나에 본인의 이야기가 보도되고 있는 TV를 꺼버리던 송강호. 당신도 먹고 사는 것에 급급해 내 밥그릇을 영원히 없앨지도 모르는 것에 대한 관심을 꺼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실체를 보고나서는 늦는다. 이제 발자국을 숨기고 소리 없이 들어와 내 목을 치려고 대기 중인 괴물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