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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의 첫걸음. 저상버스
작성자 김** 작성일 2006-04-13 조회수 3689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일남 직원과 함께 ‘장애인 복지 버스’로 잘 알려진 저상버스를 체험해보고, 현 장애인 복지 실태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저상버스, 1년만에 장애인 첫 개시


  오전 12시 10분, 저상버스가 출발하는 율리 차고지에서 경일남씨를 만났다. 1급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그와 함께 버스 회사의 도움을 받아 저상버스로 향했다. 저상버스 문이 열리자 휠체어가 오를 수 있게 차체가 낮아지고 경사판이 내려왔다. 내부에는 휠체어를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가 있고 의자도 접었다 펼 수 있어 휠체어와 일반인이 동시에 앉을 수 있게 돼 있었다. 회사 측은 “버스가 도입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버스 기사도 휠체어 장애인들이 어떻게 버스에 오르는 지 잘 모르는 등 앞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버스에 올라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했다.


  저상버스는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를 말한다. 2004년 처음 우리나라에 도입됐고, 울산에는 현재 총 5대가 운행되고 있으며 올해 10대가 추가 도입될 예정이다. 그는 “이동권연대 장애인 단체들이 2년여 기간 동안의 집회와 시위 끝에 얻어낸 쾌거”라며 “올해부터는 이동증진법이라는 이름으로 강제적으로 법이 공포돼 매년 교체되는 버스의 50%를 저상버스로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환경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에서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거의 없다. 그는 특히 저상버스 이용율 저조에 대해 “중증장애인 대부분이 밖에 나오지 못하는 현 실정”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중증장애인이 밖에 나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울산지역에만 해도 거의 10명중 1명꼴로 장애인이 있지만 1년 동안 2명밖에 보지 못했다”며 “장애인은 1년에 외출을 10번도 겨우 한다”고 전했다. 부모님들의 인식도 “자식이 밖에 나가는 것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자식이 나보다 먼저 죽기를 바라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식이 혼자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저상버스의 이용을 원하는 장애인도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 현황이다. 저상버스가 버스정류장에 정차할 때 기본적으로 경사판을 내리는 것이 필요한데 지금은 전국적으로 경사판을 내리지 않고 있어 저상버스의 본 취지마저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노선이 401번(꽃바위-율리)밖에 없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또 그는 “울산의 경우, 특히 도로가 울퉁불퉁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혼자서 저상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데 “울산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허리가 아플 정도”라고. 게다가 “길에 주차라도 돼 있으면 혼자는 움직일 수도 없다”고도 했다. 그래서 전동휠체어를 탈 때면 도로로 다닌다고.


  하지만 앞으로는 이조차도 힘들 것으로 보여 장애인들의 우려가 크다고 한다. 휠체어를 타고 도로로 다닐 경우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올 6월부터 정부가 도로로 전동휠체어가 다니지 못하게 하는 도로교통법을 통과시킬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무조건 통제부터 하는 것은 장애인보고 집밖에 나오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환경이 먼저 구축된 상황에서 통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보편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처럼 장애인들의 저상버스 이용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왜 전세계적으로 저상버스의 도입을 꾸준히 늘리려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일남씨는 그 이유를 “저상버스는 장애인만을 위한 버스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저상버스는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차체가 낮고 계단이 없어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아동, 임산부를 비롯한 비장애인들 모두에게 이점이 있다. 게다가 차체가 낮아 차의 흔들림이 적고 안정적이다. 즉,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닌 모두에게 편리한 시설이라는 점이다. 그는 “현재 유럽 등지에서는 일반버스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시민들이 같은 가격에 더 편리한 버스를 이용하려하기 때문에 일반버스가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보편적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보편적 디자인’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이 볼 때, 역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라고 인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도 리모콘도 처음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로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그것들이 없이는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보편화됐다. 그것이 바로 ‘보편적 디자인’이다.


  저상버스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보편화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외부에 나와 생활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는 1년째 센터에 출퇴근을 하며 변화된 사람들의 인식이 느껴진다고 한다. 처음엔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그를 신기하게만 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제는 아예 느껴지지 않는다고.


  빠른 시일 내에 거리에서 혹은 버스에서 장애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