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0회 부산국제영화제 답사기 - 10월 11일 | |||||
| 작성자 | 여** | 작성일 | 2005-10-21 | 조회수 | 24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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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6일부터 14일까지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직접 참가한 우리 대학교 여용준(철학 · 휴학) 학우가 상역작과 더불어 영화제 전반에 대해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현장을 답사기 형식으로 엮어서 연재합니다.
# 영화감독 유지태 아주 예전에 영화감독 정우성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뮤직비디오 감독이었지만 그 역시 영화연출에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배우가 연출을 하는 사례를 외국에서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성룡, 주성치, 실베스터 스탤론, 조디 포스터 등등.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오지명 감독 정도가 장편영화에 도전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영화감독 정우성의 시도가 있었지만 영화감독 유지태의 경우는 좀 남다르다. 그는 이미 몇 편의 영화를 제작한, 단편영화계에서는 어느 정도 잔뼈굵은 감독이다. 그가 여느 단편영화인과 다른 점은 간단히 말해서 돈이 많다는 점이지만 이런 대자본의 영화인이 단편영화계에 뛰어든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개인적 소망으로 그가 연출 외에 제작지원에도 좀 나서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고해성사 정도 될 법한 고백을 하자면 나는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를 이번에 처음 봤다. 그러나 확실히 말하고 싶은 건 나는 늘 그의 영화가 궁금했다는 점이다. 세계가 인정한 B급 장르영화의 거장이며, 전 세계 유수의 영화감독에게 영향을 미친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거장의 신작은 늘 논란의 중심거리에 서 있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고하토>를 들고 칸느로 갔을때, 사람들은 그에게 망령났다는 표현까지 써댔다. 이 영화도 충분히 그럴만 했으나 우리는 그가 원래 그렇다는 걸 알기에 논란은 <고하토>만큼 커지진 않았다. 영화는 참으로 활기차고, 기발하다. ‘오페레타’라는 말이 들어간 것처럼 영화전반을 지배하는 음악은 일본의 가부키와 80년대 후반의 동양권 힙합음악을 연상시킨다. 말 그대로 오페라가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를 활기차다고 했던 점이 바로 그 부분이다. 복고풍인듯 하지만 새롭고 유쾌한 음악들과 이야기를 끌고 가는 전혀 색다른 아이디어, 장면전개에서조차 말도 안돼는 미장센을 선보이며, 이전의 영화상식을 깡그리 무시하는 새로운 서사방식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이렇게 신나는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 거장에게 경배를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의 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은 기립박수라는 것에 참 인색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가 끝나고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무대인사가 있었다. 감독과 제작자가 올라와서 무대인사를 했었는데, 세이준 감독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보였다. 여행가방처럼 보였던 그것은 산소탱크였고, 세이준 감독님의 코에는 산소호흡기가 씌워져 있었다. 누가 봐도 감독님의 건강이 걱정되는 시점이었다. 그의 나이 올해 82세이다. 그러나 그 영감님과의 GV는 그 어느 감독 못지 않게 유쾌한 GV였다. 세이준 감독님에게 진지한 영화적 견해를 듣길 바라며 질문한 사람은 그의 독설과 유머에 혀를 내둘렀고, 그는 ‘젊은이는 우리의 주적’이라고 외치며, 프로그래머의 근심과 걱정이 무색할 만큼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GV가 끝나갈 즈음 그가 마지막 인사를 건낼 때, 객석에서는 모두 일어났다. 먼저 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일어선 상태로 세이준 감독님의 마지막 인사를 귀 기울였다. 어쩌면 그 인사가 감독님이 생전에 극장에서 전하는 마지막 인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손을 흔들며 퇴장할 때, 관객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그것이 바로 기립박수였다. 영화제를 10년 다니면서 어떤 거장이 와도 부산에서는 받고 가기 힘들었던 기립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 젊은 관객들은 노년의 거장이 보여준 뚝심과 고집과 유머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화려한 박수속에 퇴장하는 세이준 감독님을 보며, 저렇게 살다가 갈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축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준 영감님...부디 오래 사세요!!
# 영화감독은 영어를 잘해야 하는가?
영어공화국 대한민국, 토익만점 받아도 외국인과 회화하나 제대로 안되는 영어바보공화국 대한민국. 난 아직도 토익의 중요성을 모르겠다. 영어의 중요성 또한 모르겠다. 조기교육의 영향이었을까? 영화제자봉들은 한글은 버벅대면서 영어는 청산유수다. 아무리 봐도 한글보다 영어를 더 잘 아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엔 많다. 난 내 자식이 한글을 확실히 깨치기 전에는 영어를 가르치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다. 스케줄 때문에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을 놓치고 안타까워했던 김지운 감독이 다음 영화 <브로큰 플라워>를 보기 위해 남포동에 도착했다. 그는 이 영화를 칸느에서 봤다고 말한다. 영문자막으로 봐서 또 봐야겠다고 한다.
한국영화의 해외진출이 잦아지면서 영화감독들도 마케팅을 위해 외국 나갈 일이 많아질거라 생각했다. 헌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오는 외국감독들도 그랬지만 김지운 감독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감독이면 영어를 잘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통역이 어딜가나 따라올텐데... 그렇다. 영화감독은 영어를 잘 할 필요가 없다. 통역이 붙을 만큼 거장이 되면 되는거다. 영어공부 할 시간에 영화공부를 더 해야겠다. # <브로큰 플라워>
늘 하던 얘기지만 나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가 참 보고 싶다. 근데 아직도 못 봤다. 그런 의미에서 참 대리만족같은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영화가 이 영화다. 나중에 판가름 나겠지만 어쩌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보다 더 재밌을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이 영화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영화를 만든 짐 자무쉬 감독이 이제 50대 초반이라는 사실 또한 놀라웠다. 그는 여전히 <천국보다 낯선>을 만들 때의 감수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결 편안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그것은 빌 머레이 때문이다. 배우가 영화를 잠식한다면 빌 머레이는 그러기엔 충분한 배우다. 앞서 언급한대로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와 아주 유사한 영화였다. 어느 중년남성이 헤어진 옛 연인들을 찾아간다. 왜 찾아가는지는 극장가서 확인하길 바라며. 그 유려한 여행담과 다양한 형태의 인물들과 그에 대한 따뜻하고, 유쾌한 관찰이야 말로 이 영화의 최대의 미덕이 아닌가 생각된다. 언젠가 어떤 계기가 마련이 된다면 나 역시 그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나의 과거에게 물음을 던지는 그런 여행을... # 맛없는 조개구이와 바닷바람을 안주 삼아 영화와 인생이야기를 나누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순간 맛없고 서비스 엉망진창인 조개구이는 충분히 용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 말대로 해운대 근처에서 조개구이나 회를 먹을려면 미포에서 먹지 말고 차를 타고 성산포로 들어가거나 송정해수욕장까지 나가는게 좋을 것이다. 그날 우리는 어쩌다가 미포에서 먹게 되었다. 바람은 시원했고, 대화는 즐거웠지만 공교롭게도 그날 나눴던 대화의 대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이 취하거나 해서 기억을 못하는 건 아니다. 단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쓰는 후기라서 그럴 것이다.
작년에도 깨닫고 올해도 깨달은 이야기지만 기호가 맞는 사람끼리 둘러앉아 서로의 공통된 기호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김지운 감독과 너무 먼 자리에 앉아있었던 것 같다. 늘 그렇지만 시삽은 의외로 감독과 나눌 수 있는 대화가 적어진다. 시삽은 바쁘다... 그렇게 또 해운대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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