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0회 부산국제영화제 답사기 - 10월 10일 | |||||
| 작성자 | 여** | 작성일 | 2005-10-21 | 조회수 | 24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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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6일부터 14일까지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직접 참가한 우리 대학교 여용준(철학 · 휴학) 학우가 상역작과 더불어 영화제 전반에 대해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현장을 답사기 형식으로 엮어서 연재합니다.
# <다섯은 너무 많아> 한국 독립영화계가 보여준 그 무한한 독창성과 냉철한 판단력에 대해서는 나 역시 높은 점수를 준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너무 '지루하다'는 것이다. 그 독립영화라는 것은 늘 재미의 측면은 상업영화에 양보해버린 것처럼 자신들만의 언어를 뚝심있게 고집해왔다.
여기 좀 색다른 독립영화 한 편을 만났다. 현직 고교 수학교사 안슬기 감독이 만든 <다섯은 너무 많아>라는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대한 어떤 고찰을 시도하며 새로운 대안적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대안적 가족이 형성되는 과정은 너무나 따뜻하고 코믹적이다. 거기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과 갈등은 영화에 대해 진지한 몰입이 아닌 재미로 인한 자연스러운 몰입을 유도한다. 아마 그것이 이 영화가 갖는 최고의 미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톱스타가 나왔다면 당연한 듯이 전국관객 300만짜리 영화가 될 법한 시나리오였지만 인디배우들의 투박하면서도 정감어린 연기는 이 영화의 매력을 더욱 살려주는 감초역할을 한다. 이 영화... 재밌다. 독립영화에 대한 색다른 기대를 안겨준 작품이다.
# 티켓교환부스 영화제를 떠나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권장하고 싶은 것은 '예매'이다. 적어도 예매의 측면에 있어서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빨리 먹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진리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예매를 놓쳤다면 나는 교환부스를 권장하고 싶다. 부산국제영화제처럼 평균 좌석점유율 82.7%대에 육박하는 영화제는 좌석구하기 힘든 영화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는 눈물을 머금고 시간이 안 맞아서 티켓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티켓을 포기하기 위해 가장 즐겨 애용하는 곳이 바로 교환부스다. 영화제가 열리는 거리에 도착하거든 가장 먼저 교환부스의 위치를 확인하자. 당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줄 것이다. # <나의 곁으로>
사랑을 하기에 섹스를 한다. 그것은 도에 지나칠 만큼 자명한 원리이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자. 대체 섹스가 뭐길래 사랑을 해야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영화에서는 그 당연한 이치를 뒤집어버린다. 그러나 그것은 참 말이 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이 영화에서는 섹스를 하다가 사랑에 빠진 연인이 나온다. 여자로 하여금 미치도록 섹스하고 싶게 만들만한 매력을 가진 청년을 만나 그를 유혹하고 섹스를 하는 것은 원나잇스탠드의 가장 전형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말 그대로 그 남자와의 섹스가 너무 좋아서, 그와 더 살을 맡대고 있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뭔가 다른 이유를 찾아보고 싶었지만 다른 이유는 없다. 말 그대로 섹스하다가 사랑에 빠진 격이다. 어떤 쿨한 척하는 사람들은 하룻밤 정을 나눈 이성에게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섹스와 사랑은 다른거야..." 어떤 의미에서 이 영화는 그 의미를 부정해버리는 다분히 보수적인 영화다. 그러나 말을 확실히 하자. 보수적인 것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 사고뭉치 여동생 2
쾌적한 영화관람환경 조성을 위한 '정시상영'제도. 이번 영화제기간 동안 그 제도가 정말 나에겐 쾌적했는지 다시 묻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여동생은 정말로 철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제가 끝난 후 그 아이는 자신이 잔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잠은 어느 정도 적절하게 잤다고 생각했으나 그 아이는 장장 1주일 동안 해를 보고 잠이 든 것이다. 몸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이 날 그 아이는 감기 등등으로 오전내내 앓아누웠다. 더 쉴 것을 권유했으나 저녁들어 괜찮아졌다면서 남포동으로 온다고 했다. 다음 영화는 20:00 이었다. 이 아이를 데리고 극장에 들어간 것은 20:00:15였다. # <더 차일드>
다르덴 형제는 현재의 칸느가 주목하고 있는 프랑스 영화계의 떠오르는 샛별 정도 되는 형제이다. 전작 <아들>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새로운 영화를 들고 나왔다. 궁금했다. 이들의 영화가 대체 어떻길래 세계가 그토록 주목한 것일까? 영화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랬다. 분명 픽션일 얘기를 그토록 아무 감정없이 찍어낼 줄은 몰랐다. 카메라는 전혀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에 편승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상황을 관찰해 나간다. 어떠한 미장센도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필름영화의 문법에 대한 붕괴를 선언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전부터 나 또한 생각하고 있었던 이야기지만, '관찰'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건에 더 많은 리얼리티를 부여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그 실험의 좋은 예임에 틀림없다. 관찰은 관객으로 하여금 상황을 객관화시켜 바라보게 한다. 관객이 사건에 빠져드는 것을 배제하는 대신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여 사건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내리게 한다. 이 얼마나 도전적인 영화찍기의 방식인가? 이것이야 말로 판단을 관객에게 맡기는 가장 정석화 된 예가 아닐까 싶다. 이 관찰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냉정한 관찰이었는지는 엔딩크레딧에 '영화음악'이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이 들리지 않았다. # 와이드앵글 파티
난 확실히 알고 있다. 그 파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한 번 갔다 온 사람은 다음 날 지리산 노고단까지 왕복하고 온 것 처럼 뼈마디가 쑤시고, 정신은 몽롱하며 약간의 청각장애를 동반하게 되는... 한 마디로 사람잡는 광란의 파티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 하나는 그 곳은 아이디카드가 없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엇디하여 우리는 그 곳에 입장하게 되었을까? 아니, 어쩌다가 거기에 입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아무튼 우리는 김지운 감독님에게 사바사바를 시도하여 해운대 요트경기장 내 계측실에서 열리는 와이드앵글 파티를 가게 되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약간의 인맥과 말발만 있다면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는게 부산국제영화제의 파티이긴 하다.
처음 파티가 열리는 계측실(클럽?)으로 들어서자 우리를 반긴 것은 윤도현밴드의 열광적인 공연과 아사히맥주였다.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그 자리에 모인 '아이디카드소지자(이것은 결국엔 무의미한 것이 된다)'들의 광란의 파티였다. 최대한 자제해야 했다. 2년전처럼 놀았다간 내일 영화 다 포기해야 할 판이었다. 난 아직도 기억한다. 2년전에 디스코트럭과 함께 빡시게 놀았다가 다음날 출근 못 할 지경에 빠진 것을... 자제해서 놀았다. 그런 곳에서 몸사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내 나이 26...클럽가서 미친 듯이 놀 나이는 아닌 것 같았다... # 독립영화인들과의 만남...
와이드앵글 파티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사람들도 하나 둘 씩 지쳐갈때쯤, 우리 일행은 요트경기장 앞 포장마차에서 2차를 하기로 했다. 새벽 3시 30분이 넘은 시간에 2차라니... 아무튼 대충 자리잡고 떡볶이와 오뎅국물에 소주를 시켜먹을려는 찰라 옆테이블에 <다섯은 너무 많아>의 감독과 스텝들이 맥주를 먹고 있었다. 장난끼였는지 진심이었는지, 그 테이블에 꼬지소세지 2개를 쏘기로 했다. 물론 같이 영화를 봤던 일행과 함께, ... 멘트는 간단했다.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한 접시 쏴요!!" 사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 그리고 어찌하다 그들과 합석하게 된 술자리... 어째 참 정말 말도 안되게 만났지만 참 이들을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과 나눴던 영화만드는 얘기, 영화제 돌아가는 얘기 등등은 참 바람직한 얘기이긴 했다. 근데 문제는 거기가 겁나게 추웠다는 점과 이제 곧 해가 뜬다는 점이다. 아무튼, 숙소에 도착할 즈음 저 멀리 자갈치 어선들 사이로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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