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0회 부산국제영화제 답사기 - 10월 9일 | |||||
| 작성자 | 여** | 작성일 | 2005-10-21 | 조회수 | 24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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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 '설사'라고 하는 질병은 병 자체의 고통보다는 병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상황때문에 더욱 무서운 병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사람은 항상 안정적인 식습관을 가져야 하며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찜질방에서 10시 남짓한 시간에 나와서 바로 옆 프리머스로 향한 나는 순간적인 공복감 때문에 편의점 가서 햄버거와 커피를 먹었다. 원래 아침에 편의점 음식을 먹으면 좀 힘들어지는 버릇이 있긴 했지만 설마하는 마음에 그냥 먹고 들어갔다. 배고파서 힘들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앞으로 있을 90분간의 지옥으로 스스로를 끌고 들어간 일이었다. 10시 30분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 안으로 들어가 좌석에 앉는 순간 뱃속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다. '구르르르륵'. 그리고 내 입에서는 외마디 탄식이 흘러나왔다. '젠장'. 쾌적한 영화관람조건 조성을 위해 시행중인 정시입장제도는 이렇게 또 나에게 태클을 걸었다. 분명 몇 분 뒤에 끔찍한 복통이 밀려올 것을 알았지만 영화를 포기 할 수 없었기에 그냥 앉아서 보기로 했다. 이윽고 영화가 시작했고, 90분간 내 괄약근은 26년간 살면서 버텨온 모든 힘을 총동원해서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결과가 궁금하면 이 후기를 더 읽어보기 바란다.
# <코시 바 코시>
아직도 어느 섹션에서 초청된 작품인지 모르겠다. 1993년에 타지키스탄에서 제작된 멜로영화다. 첫 크레딧 보고 러시아 영화인 줄 알았는데...꽤나 쌩뚱맞게도 타지키스탄영화였다. 나름대로 코미디까지 해주는 통에 쏠쏠한 재미가 있었지만 간간히 나오는 내전상황에 대한 묘사나...(내전 상황으로 봐서 러시아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주인공 남녀의 사랑과 오해, 갈등에 대한 이야기는 참 진지한 재미도 안겨줬었다. 게다가 거의 모든 멜로영화에서의 갈등요소를 총동원해서 펼쳐놓는 주인공 남녀의 갈등관계는 정말이지 몇 편의 멜로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재미를 안겨준다. 둘 중 누가 죽을 병에 안 걸린게 천만다행일 정도다. 영화를 다 보고 한참 뒤에야 알았지만 대체 타지키스탄은 어디 있는 나라일까? 영화가 제작되던 저 시기에 그 나라는 실제로 내전중이었다고 한다. 왜 내전상황을 배경으로 멜로영화를 만든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전쟁에 대해 무관심으로 대응하겠다는 감독의 태도때문은 아닐까? 엔딩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 93년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이라고 한다....타지키스탄..;;
# Meet Kim Jee Woon
<달콤한 인생>의 GV에는 문정혁군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문정혁군이 나타났더라면 이후에 서술될 김감독님 이송작전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팀의 첫만남이 있던 날 <코시 바 코시>를 다 본 후, 김지운 감독님을 모시기 위해 다시 메가박스로 이동했다. 나름 천천히 간다고 갔지만(화장실에서 힘들었다) 약 20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다. 이윽고 김지운 감독님께서 상영관 자봉동생(역시 내가 심어놓은 스파이)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통화를 하고 계시며 나왔었다. 녀석이 왜 그리 오바해가며 에스코트를 하는지 몰랐다가 18초뒤에 상황이 이해가 갔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문정혁군은 GV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많은 무리들은 대체 뭘로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엘리베이터 입구쪽을, 자봉녀석은 극장쪽에서 밀려오는 팬들과 기자단을 카바하고 있었다. 살다살다 나도 보디가드일을 처음 해 본 순간이었다. 지금도 생각하지만 내가 뚜벅이라서 감독님을 택시로 이동시켜야 했던 사실이 아직도 죄송할 뿐이다. 어서 빨리 다시 면허를 따야겠다. 차도 사야겠다....썅....
# 감독, 배우와 영화를 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작년부터 주최한 이 행사는 참 바람직하기 그지 없는 행사다. 작년에도 스펀지 5층 푸드코트에서 사람들을 처음 만났다. 인터넷 동호회 모임을 몇 년간 하면서 정모에 나갈때마다 깨닫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첫만남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그들을 처음 만나며 설레였던 사실은 바로 그것일 것이다. 감독님을 모시고 그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제 아무리 최고의 스타감독이라 한들 뻘쭘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YTN취재팀들 조차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더라. 잘 찍어갔을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시작되었다.
# <린다린다린다>
배두나 만큼이나 반가웠던 마에다 아키의 출연작!! 음악영화는 반드시 유쾌해야 하는 것일까? 당연하지!! 유쾌해야 한다. 음악과 청춘이 믹스가 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유쾌한 재미가 있어야 한다. <린다린다린다>는 충분히 그점에서 본분에 충실하다. 한국유학생 손(배두나)의 역할이 의심이 가긴 했지만, 차라리 그가 한국유학생이 아니어도 상관없었겠다는 생각이 더욱 이 영화를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게 만든다. 유쾌한 음악과 뜨거운 청춘의 우정과 갈등, 신나는 에피소드들... 무엇을 더 바랄까? 이토록 즐거운데..
# 스타벅스 + 김밥천국
올해 처음으로 장산역 일대에서 영화제가 열렸다. 부천에서 본 듯한 이 낯익은 거리는 참 영화제를 하기엔 부적절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밥 먹을 곳을 찾기가 어려워서야...아무튼 그렇게 밥을 먹고 우리는 다음 영화가 시작하기까지 감독님을 기다리기로 했다.
# <부운>
나루세 미키오란 감독은 분명 어디서 들어본 감독이긴 했으나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를 접하기 전까지 내가 본 최고의 일본영화는 이와이 슌지의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고, 내가 얼마나 좁은 식견의 소유자였는지 뼈저리도록 깨닫게 해준 나루세 미키오의 <부운>은 이번 영화제에서 건진 걸작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하고 싶을 지경이다. 솔직히 이 영화는 어디서 본 듯한 앵글과 편집, 이야기구조, 대사의 특성 등....정말 낯익은 것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지금 와서 고백하지만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에 제작된 영화이다. 1955년,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은 이미 반세기 전 누군가에 의해 시도되었던 것들인 셈이다. 그 놀라운 사실에 경악하며, 이 기구한 운명의 장난과도 같은 옛날식 러브스토리를 즐기며, 영화를 다 봤다.
# 던킨도너츠
모임 첫날은 앞으로 있을 4일간의 시간이 꽤 길 줄 알았다. 그래서 뒷풀이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적절하게 후회가 될 일이다. 뒷풀이... 4일동안 쉬지 않고 달렸어야 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쉬지 않고 달릴 것이다. 그렇게 첫날은 12시를 즈음하여 귀가를 했다. 이 날이 영화제에 체류중이던 5일중 유일하게 밤이 귀가한 경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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