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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회 부산국제영화제 답사기 - 10월 8일
작성자 여** 작성일 2005-10-21 조회수 2464

 지난 10월 6일부터 14일까지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직접 참가한 우리 대학교 여용준(철학 · 휴학) 학우가  상역작과 더불어 영화제 전반에 대해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현장을 답사기 형식으로 엮어서 연재합니다.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답사기 - 출발 전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답사기 - 10월 8일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답사기 - 10월 9일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답사기 - 10월 10일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답사기 - 10월 11일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답사기 - 10월 12일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답사기 - 도착 후

 

스릴과 서스펜스와 짜증의 그 날

다시 한 번 그 날의 시간표를 되새겨보자. 14:00 - <로프트>, 17:00 - <해바라기>, 20:00 - <타임투리브>. 오해는 나에게서 시작되었다. 다름 아니라 이 시간표를 헷갈려 버린 것!! 헷갈린 나의 시간표는 10:30 - <로프트>, 14:00 - <해바라기>, 20:00 - <타임투리브>. 그리하여 진주에서 숙박중인 '여동생'에게 10시까지 남포동으로 도착하라고 했다. 이날 09:00에 시간표를 잘못 봤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이 녀석이 차라리 늦게 오길 빌었다. 다행이 '여동생'은 10:00에 진주에서 일어났다. 그 시간에 준비하고 출발하면 13:00까지는 부산에 도착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저녁먹을 시간이 없어져서 일단 17:00 - <해바라기>는 팔아버렸다. 그리고 느긋하게 남포동의 어느 겜방에서 녀석을 기다렸다.

 

오랜만에 카트라이더를 했다. 아직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깨달았지만 역시 카트라이더는 가끔 해줘야 재밌는 오락이다. WOW하면서 인던이나 돌려고 했는데, 남포동에 그렇게 거지같은 게임방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패치만 30분동안 했다. 시간당 1200원짜리인데...ㅡ.ㅡ;;

 

충격적인 뉴스!! 여동생이 부산 사상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13:30이라고 한다. 14:00영화를 놓칠 판이다. 지하철은 위험했다. 녀석은 애시당초 서면을 경유해서 돌아서 오는 놈이기 때문이다. 꽤 먼거리이긴 했지만 택시를 탈 것을 권유했다. 10월 8일은 토요일이었다. 남포동 일대가 밀릴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지만 지하철보다는 빠른 길이었다. 더군다나 지하철 감전역 선로에 사람이 뛰어내려서 운행도 잠시 중단 된 상태. 녀석은 택시를 타고 최대한 달렸다. 아마 그날 나 역시 불안감에 밀려서 3분에 한 번 꼴로 녀석에게 전화했을 것이다.

14:08분. 녀석이 남포동에 도착한 시간이었다. 쾌적한 영화관람을 위한 '정시상영'제도가 처음으로 미워졌다. 그렇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로프트>는 내 손을 떠났다.



살인적 공간, 남포동

문정혁군이 언제부터 부산국제영화제가 인정할만한 배우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난 그가 그리 싫지는 않다. 그러나 난 그가 더욱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날 남포동 야외무대에서는 문정혁(에릭)군의 무대인사가 있는 날이었다.

 

지금으로부터 9년전 1997년 제 2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남포동 상영이 있던 날(당시 영화제의 모든 상영관은 남포동이었다), 피프광장이 위치한 부산극장 앞은 사람이 사람에 막혀서 지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광장을 막고 있던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단 1cm의 공간도 없었던 기억이 난다.

이 날도 그랬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공간은 단 5cm도 없었다. 상주시민체육관의 대참사가 남일이 아닐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자리를 피해서 여동생이랑 아이스크림 먹으러 갔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다시 광장일대를 갔더니 그 인파가 그대로였다. 아니, 더 늘었었다. 문정혁군이 아직 안 갔나, 생각했다. 오해도 잠시... 무대 저 앞에는 작은 키의 미소년이 무대에 올라와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그의 나이는 이제 30대 초반. 그러나 그는 불과 몇 년전까지 영화에서의 역할은 고등학생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츠마부키 사토시'였다. 그도 이런 열광적인 관객은 처음 본 것일까? 자신의 폰카를 꺼내 우리쪽을 찍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다양한 포즈로 그의 촬영에 답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들 역시 수십수백개의 폰카와 디카를 꺼냈다. 장담하건데 그들 중 제대로 된 사진을 찍는데 성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식솔이 늘다.

세상의 모든 남동생들은 누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나부다. 나 역시 그러했고, 이 여동생을 따라 부산까지 내려온 이 녀석도 그랬다. 녀석은 이제 고3이다. 그럼에도 그가 느긋하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올 수 있음은 '수시입학'이라는 편리한 제도때문이다. 그 녀석은 자신의 사랑하는 '누나'를 만나기 위해 창원에서 부산까지 왔다. 여동생(앞의 '누나'와 동일인)과 나는 이 어린 핏덩이를 챙기기 위해 지하상가까지 마중내려갔다. 뭘하고 놀아야 할 지 별 답은 없었으나 큰 문제는 20:00 - <타임투리브>는 2장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식솔을 합치면 3명이다. 물론 나는 그 고3을 버리고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눈물을 머금고 녀석을 버려야 할 날은 반드시 다시 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 날은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단 녀석을 챙길 수 있는 끝까지 챙기기 위해 20:00 - <타임투리브>를 팔아버리고 다른 표로 교환했다.



<땅 위에 쓴 글>

난 범죄스릴러를 좋아한다. 거기에 연쇄살인까지 가미되어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영화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이란영화다. 이란에서 제작된 연쇄살인범죄스릴러물이다. 그렇다고 그것은 헐리우드나 다른 유럽권 국가 혹은 한국내지 홍콩, 일본의 그런 스릴러물을 따라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극히 이란영화스러운 범죄스릴러물이다. 이것이 가능하냐고? 가능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이란에서 제작된 범죄스릴러물이기 때문이다.

 

불의의 사고로 갓 태어난 두 아이를 잃고, 마누라마저 애를 낳다가 죽어버린 이 남자는... 신의 뜻을 잘못 받아들여 신의 사자가 된다. 그리고 그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죽여서 신의 곁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신의 사자를 자칭한 연쇄살인마(<세븐>)가 아이들을 유괴(프리츠 랑의 )한다는 설정은 지극히 헐리우드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유수의 이란영화만큼 관념적이고, 종교적이다. 꽤 매력적인 연쇄살인스릴러물이었다.



어떤 동호회

그 동호회는 영화동호회다. 2000년대 초반 사이버상에서 결성된 평범한 영화동호회이다. 그러나 그들이 처음 결성된 그 곳은 민간인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우리는 그곳을 '군 인트라넷'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우리는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그 동호회의 모임에 갔었다. 영화제를 맞이하여 그들이 다시 뭉친 셈이다. 물론 일부멤버만 모였지만... 서면의 한 노천카페(그 가게에 이런 낭만적인 타이틀을 붙일 수 있음은 내 큰 영광이다)에서 소주와 순대볶음과 홍합탕을 먹었다. 그리고 몇 차의 술을 더 먹다가 새벽 4시가 되었다.


보호자근성

타이틀에 10월 8일이라고 달았지만 이 날은 이미 10월 9일! 집 앞(부산역)까지 도착했으나 아이들(여동생과 그녀의 식솔)이 신경쓰인 나는 부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해운대로 이동했다. 당초 해운대에서 서면으로 출발할 때, 또 다른 보호자(그래봤자 1살 어린 동생)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출발했었다. 그 놈도 그닥 신뢰가 가는 놈은 아니다. 아이들이 더 늘었다. 보호자의 친구들도 늘었다. 이미 술은 먹을 만큼 먹었다. 나도 더 먹고 싶진 않았다. 4시 40분경에 해운대에 도착해서 이들을 쉬게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까도 언급했겠지만 여동생은 전날 4시간 잤다.

 

본의 아니게 해운대 일대의 모텔들을 뒤졌다. 나를 포함한 6명은 어떻게든 자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 날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었고, 게다가 토요일이었다는 사실을... 빈방은 있을 턱이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들을 데리고 지하철 2호선 종점 장산역에 위치한 프리머스 옆 찜질방에 가서 잠을 청했다. 보호자근성때문에 집 놔두고 엉뚱한 곳에서 잤다는 사실이다. 잠들기 전에 나는 딱 한 번 이런 말을 되내였다. "집에 가서 그냥 잘 걸..."



이 이야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