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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학부제의 속내가 궁금하다
작성자 울**** 작성일 2005-10-11 조회수 597

  “우리나라 교육엔 미래가 없다”. 얼마 전 ‘DIA 학습법’으로 유명한 원동연 박사가 ‘초등교사 대상 특강’에서 한 말이다. 이유인 즉, 한국 사회의 많은 부모들이나 교육자가 “너 잘되는 공부해라”, “공부 잘해서 돈 많이 벌어라”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공교육을 강화해 국가와 사회,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인재를 기른다’는 유럽사회의 선진적 교육철학에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공동체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는 머리만 좋은 인재가 사회에 진출했을 때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펼치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나는 학부제가 거의 시작될 무렵 01학번으로 입학해 일본어와 영어, 국어교육을 한 학기에 모두 소화해야했다. 물론 내가 원한 전공은 국어국문이었지만 ‘다양한 학문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교육부의 미명에 팔자에도 없던 일본어를 공부하게 됐다. 고등학교 때도 제 2외국어로 독일어를 공부했던 나의 일본어 공부는 부끄럽지만 결국 F학점으로 막을 내렸다. 또 나는 학과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또 한번 절망감을 맛봐야 했다. 학부 모꼬지에서도 선배들의 ‘후배 될 애 가르기’에 관계는 어정쩡해지기 일쑤였다. 초기에 대학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동기들은 아르바이트나 자격증 공부 등의 길을 찾았다. 이에 졸업 이후 내겐 이렇다할만한 학과 동문도 인맥도 남아있지 않았다. 


  학부제는 고임금을 줘야하는 전문 인력보다는 사회에서 지금 당장 필요한 기술을 갖춘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지금 유행하는 IT분야에 많은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가 그러하다. 적당한 기술을 갖추었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곳은 많지만 한 분야에만 대량의 인력이 공급됨으로써 기업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받게 되는 셈이다.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사양산업이 됐을 때는 가차 없이 해고되는 형편에 놓이는 것이다. 열심히 일했을 때 국가가 자신의 고용과 노후를 보장해 줄 것에 대한 기대가 없는 지금의 젊은이들은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향해 공부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한다는 학부제는 국민들을 책임질 수 없는 정부가 값싸고, 기술 있는 인력을 공급받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학부제는 학과 생활도 전문 공부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학생들을 “너 잘되기 위한 공부”라는 말로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많은 대학들이 이미 학부제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다시 학과제로 개편하는 흐름에 있다고 한다. 이미 실패한 정책을 강요하는 대학의 진의가 의심된다.


강수경 신라대 국어국문학·2005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