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울산대미디어
본문바로가기
ender

뉴스미디어

뉴스미디어

체 게바라와 함께 음악을...
작성자 울**** 작성일 2004-11-15 조회수 2205

언제인가부터 우리에게 체 게바라(1928~1967)라는 이름은 '세기의 우상'이라는 호칭으로 포장된 '패션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것은 어떤 점에서 보면 이상열기이고 기현상이다. 한때는 위험 인물로 간주되어 좌파와 우파 모두로부터 공격받던 그가 이제는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뜻일까. 제임스 딘과 같은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반항아의 이미지는 훌륭한 상품적 가치로 변모했으니까. 그렇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체 게바라에 대한 공공연하고도 열광적인 추앙이 일어났을까(사실 '체 게바라 현상'에 대해서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등에 대해에서든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시대착오적인지 모르지만, '음악'에 한정해서 최근의 이야기까지 해볼까 한다).

일단 한 진원지는 사후 30주기이던 지난 1997년 즈음이다. 각국에서 수종의 전기와 사진집을 출간했을 뿐 아니라 캐릭터 인형과 포스터, 티셔츠와 각종 장신구의 문양으로 등장시켰다. 이때 추모 열풍은 음악에서도 불었다. 영국의 투미(Tumi) 레이블에서 발표한 [Hasta Siempre Commandante: 30 Anos Despues]는 원래 쿠바 국영의 한 음반사에서 1967년에 녹음되었으나 정치적 이유로 금지되었다가 30여년 만에 발표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음악인(까를로스 뿌에블라, 엘레나 부르케 등)들이 참여한 이 앨범은 누에바 뜨로바(Nueva Trova: 쿠바혁명 이후  카스트로 정부가 추진했던 '쿠바적인 음악'을 위한 운동)의 숨결이 관통한다.


 
Hasta Siempre Commandante
 
 
또 한 가지 종류는 프랑스의 래스트 콜(Last Call) 레이블에서 나온 [El Che Vive!: 1967-1997]이다. 위의 작품과 달리 이 음반은 쿠바를 포함해 칠레(빅토르 하라), 아르헨티나(아따우알빠 유빵키), 베네수엘라(솔레다드 브라보), 우루과이(다니엘 비글리에띠) 등 다양한 라틴 아메리카 출신 뮤지션들과 몇몇 유럽 출신의 뮤지션들의 곡까지 포괄되어 있다. 이런 범 라틴의 참여를 포괄하는 준거점은 라틴 아메리카의 '누에바 깐씨온(Nueva Cancion)'이다.

한편 많은 영미권 록 음악인에게도 체 게바라는 숭배의 대상이자 음악적 원천이었다. 언더그라운드 중에서도 골수분자라 일컬어지는 첨바왐바부터, 하드코어 랩 메틀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하 RATM)에 이르기까지 체 게바라를 숭배자로 표명하곤 했다(물론 첨바왐바 같은 이들은 메이저 레이블 아티스트인 RATM의 표명에 대해 팔아먹기 전략이라며 비난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그에 대한 열풍이 분 것은 그를 다룬 평전 번역서가 베스트셀링으로 기록되는 기염을 토하면서부터였을 것 같다(2000년에 발간되었으니 사후 30주년 시기와는 약간의 시차가 있다). 이 역시 의외의 현상이었다. 다른 이야기는 차치하고 이에 대한 한 가지 음악적 변증이 있다. RATM 팬들의 열광적 수용이 체 게바라의 평전의 수용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그것이다. 평전 발간연도와 동일한 2000년, RATM의 내한공연 때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은 관객의 물결을 상기해보라.

그리고 2004년 ... 그에 대한 이슈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체 게바라와 관련된 영화가 한 편 개봉된다. 이번의 대상은 그의 혁명기가 아니라 그전의 남미 대륙 여행기이다. 의학도 시절의 체 게바라가 그의 친구 알베르토와의 길 위의 시간들을 담은 기록들을 참고해 만든, 버디 무비이자 로드 무비인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는 재미와 감동을 함께 버무린 감독(월터 살레스)의 연출력도 맛볼 수 있다(2005년에 개봉 예정인 스티븐 소터버그의 [Che] 역시 체 게바라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본격적인 혁명가로서의 체를 볼 수 있을 듯).

 
  이 영화음악은 앞서 이야기한 종류의 음반처럼 체 게바라에 대한 헌정 앨범은 아니다. 월드뮤직 음악인들을 다양하게 초빙해 만든 안내서 역할의 모음집도 아니다. 음악을 맡은 구스따보 산따올라야(Gustavo Santaolalla)는 밴드 활동, 솔로 활동, 레코드 프로듀서, 레이블 사장의 경력을 이어온 프로페셔널한 경력의 소유자. 그의 의미는 단순히 라틴 그래미 어워드 수상 사실이나 그가 길러낸 음악(인)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라틴 얼터너티브 음악' 혹은 '아르헨티나 록 운동'과의 그물망 속에서 록, 소울, 아프리카 리듬 및 라틴 아메리카 포크(민속음악)를 혼융하는 실험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맥락 때문에 이 영화음악이 라틴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발'의 기대감으로 충만한 "Apertura"와 이의 변주곡 "Partida"처럼 기타를 중심으로 전통 현악기를 배치하고 로킹한 음향을 혼융한 스코어나, 산 파블로 나환자촌이 있는 섬으로 항해할 때 타악기와 일렉트릭 기타의 비장함이 교류하는 "Salida De Lima" 같은 곡에서 아르헨티나 록 운동의 영향이 들린다. 물론 연인과의 이별을 담은 연가("Chichina")나 오토바이 '포데로사 II'와의 이별을 위한 처연하고 우울한 비가("Muerte De La Poderosa")의 서정성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감수성 역시 퓨전적인데, 영화의 결말부에서 흐르는 "De Usuahia A La Quiacav"의 경우에는 길벗 페르난도와의 이별과, 민중들을 담아낸 흑백 초상화들의 행렬이, 청명한 차랑고와 피리의 아름다운 협연과 조우한다.

산따올라야 자신의 곡 이외에 다른 음악인의 곡들, 열광적인 맘보("Que Rico El Mamo") 및 피아노 중심의 열정적인 삼바("Chipi Chipi"), 그리고 우루과이의 싱어송라이터 호르헤 드렉슬러(Jorge Drexler)의 미성을 담은 서정시("Al Otro Lado del Rio")도 주목적이다. 이 영화음악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또한 월드뮤직 혹은 라틴 아메리카 음악에 대한 '훌륭한' 지침서는 아니겠지만, 록으로 대표되는 서양 대중음악과 남미 전통음악을 봉합시키는 작업이 영화의 맥락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사운드트랙임에 틀림없다.

빈약하나마 체 게바라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서 접는다.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체 게바라와 관련된 어떤 것을 통해서든 위로와 희망을, 직시와 각성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의 목소리들도 들리는 것 같다. 그래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러한 각양각색의 체 게바라에 대한 (음악적) 발굴과 접근은 계속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이곳은 제2, 제3의 체 게바라를 꿈꿀 수밖에 없을 만큼 너무도 힘들고 고단하니까...

이 기사는 컬쳐뉴스에 게재된 것입니다.

 

                                                           2004년 11얼 15일

                                                                    UOU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