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은 지금 만원사례! | |||||
| 작성자 | 유** | 작성일 | 2004-10-21 | 조회수 | 2142 |
|---|---|---|---|---|---|
인!산!인!해! 중학교 시절, 수면제 역할을 했던 한문시간. 그때 배운 이 사자성어가 지금 남포동 ‘PIFF’ 광장에 서있는 나의 머릿속을 꽉 채울 줄이야! 난 ‘9회 부산국제 영화제’에 직접 참가하기 위해 아침부터 준비해 부산으로 왔다. 일찍와서 내가 원하는 표를 구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지만 남포동 부산극장 앞에 현장티켓을 사기 위해 서있는 많은 사람들의 줄을 보고 그 기대감을 접었다. ‘티켓예매는 미리미리’라는 교훈을 새삼스럽게 깨달으며, 또 바글바글대는 사람들을 보며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아자’하는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기자의 본분을 다시금 되새기며 취재에 나섰다. 우선 나의 눈에 제일 먼저 띈 건 역시 표를 예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던 다정한 연인, 유지영(서울·신내동) 씨와 마이클스티어(서울·학원강사). 그런데 그는 나의 인터뷰 요청에 대단히 뾰루둥한 표정을 짓고 있는게 아닌가! “지금 너무 오래 기다려서 짜증이 난 거니까 크게 신경 쓰지마세요” 그녀는 의아해 하는 나를 보고 이렇게 설명했다. 어제 아침, 서울에서 내려 온 그들은 벌써 ‘파울과 파울라의 전설’과 ‘아버지의 밀실’ 2편의 영화를 관람했다고. 또 개인적으로 ‘2046’을 보고 싶었지만 빨리 매진되는 바람에 표를 구입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까웠단다. 인터넷 예매를 시도했지만 절차가 너무 복잡해 쉽게 살 수가 없었다고.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마이클 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여자친구와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그들을 뒤로하고 ‘PIFF STAGE’ 옆을 지나 거리에 들어서니 씨네21을 비롯 작은 천막들이 일제히 줄지어져 있었다. 또 영화관도 아닌데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뭘 받고 있는게 아닌가? 얼떨결에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린 후, 내 손에 쥐어진 건 다름 아닌 홍보 포스터와 온갖 ‘부산국제 영화제’ 홍보물이 들어있는 큰 봉투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모두들 그 커다란 봉투가방을 1~2개는 들고 있었다. 잠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학교가 여기서 가까워 PIFF 광장에 자주 나온다는 정아름, 최연주, 김재영(동주여상·2) 고등학생을 만나봤다. “양조위 진짜 잘생겼어요!” ‘부산국제 영화제’ 소감을 묻자 일제히 금요일에 봤던 양조위와 왕가위 감독 이야기를 꺼냈다. 특히 한달에 영화 13편은 항상 챙겨볼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는 정아름 학생은 여태껏 ‘부산국제 영화제’ 행사 중 5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영화를 소개해준 것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인터뷰를 마치고 얼굴을 돌렸을 때 바로 영산대 영화영상학부 학생들의 과 홍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유재영(영화영상학부·2)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에 학교 홍보 차 나왔단다. 영화감독이 꿈이라고 밝힌 그는 ‘부산국제 영화제’에서 평소 접할 수 없는 나라들의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고 또, 다양한 사람을 만나 서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선배 티켓 구입했어요!” 후배의 전화를 받고 ‘실비아’를 보기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부산극장을 들어가려는 찰나,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놀라서 돌아보니 영화 ‘여자, 정혜’ 홍보 차 여주인공 김지수가 ‘데일리방송 STAGE’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곧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체 얼른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비아는 미국 영화로써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심리적으로 연약한 시인 실비아 플라스와 사랑을 쉽게 생각하는 테드 휴스의 비극적이고 짧지만 격렬한 관계를 다뤘다. 영화자막이 올라갈 때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그러나 난 너무 우울해서 멍하니 스크린을 쳐다 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너무 가여웠고 안타까웠다. 실비아는 결국 열렬히 사랑했던 남편과 시 모두 그녀의 죽음을 통해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과연 죽음 뒤에 찾아온 그것들이 다 무슨 소용 있을까?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영화관을 나섰다. 마침 우리 대학교 영화 동아리 ‘그르매’도 왔다는 소식에 이귀우 회장을 만나보았다. 그는 이번 ‘부산국제 영화제’가 고등학교 때 이후 2번째 참여란다. 그는 영화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큰 영화제 분위기를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단막극을 2번 만든 경험이 있는 그는 올해 12월 말에 작품 하나를 더 제작할 예정이라고.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감독이 누구냐고 묻자 대뜸 김창우라고 답했다. 의아해 하는 나에게 똥개 시나리오 참여와 친구 조감독을 맡았을 정도로 실력 있는 우리 대학교 출신이자 동아리 선배라고 소개했다. 아직 감독은 아니지만 후배로써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인터뷰 도중 갑자기 사람들의 환호소리와 함께 썬글라스를 낀 어느 멋진 남자가 경호원들의 호의를 받으며 우리 앞으로 지나가는 게 아닌가! 나중에서야 그가 바로 설경구라는 것을 알았다. 설경구라는 배우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김지수에 이어 설경구까지… 영화제의 묘미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평소에 보지 못했던 배우들과의 깜짝 만남이 준비되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깐. 남포동을 뒤로한 채 또 다른 축제가 시작되는 해운대로 자리를 옮겼다. 마침 ‘Festival Street’ 무대에선 아카펠라 동호회 ‘모노’의 공연이 펼쳐졌다. ‘모노’는 모여서 노래하자의 줄임말이라고. 베이스를 맡고 있는 권동욱(동아대) 씨는 서면에서 한달에 1번 공연을 펼치지만 ‘부산국제 영화제’ 무대에 올라 더욱 영광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고향인 부산이 문화적 도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론 자부심도 느낀단다. 해운대 바닷 바람의 차가움과 동시에 어김없이 날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부산국제 영화제’. 그것은 내일도 설레이는 마음으로 ‘부산국제 영화제’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