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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의 핸드폰도 휴대용 공중전화는 아닙니까?
작성자 울**** 작성일 2004-10-12 조회수 1682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라니,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말하실 분들도 계시겠네요. 사실 별 것은 아닙니다. 어떤 제품을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도록 만들 것이냐는 문제니까요.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란?
우리가 만지게 되는 모든 기기들은 특정한 사용 방법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TV를 보면, 리모콘을 이용하든 아니면 직접 TV 버튼을 누르든, 전원을 켜고 방송 채널을 바꾸고 소리를 높이거나 낮추는 기능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기능을 이용하는 사용법을 배워야 TV를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켜는지조차 모른다면 물건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 사용법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전원 버튼을 어디에 어떤 크기로 붙일 것인가가 바로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입니다. 간단하죠?
하지만 세상에 어디 만만한 것이 있던가요. 세월이 흐르고 디지털 기기들은 점점 발전하고, 따라서 더 많은 기능을 갖추면서도 더 작은 크기의 제품들이 자꾸 나오기 시작하자,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란 것도 무지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기능은 많고 크기는 작아지고,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한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하고. 그뿐이면 차라리 낫지요. 기껏 열심히 디자인해 놓으면, 막상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 몇 가지만 골라서 사용합니다. 다른 기능들은 있는지 없는지 신경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300만원짜리 워드프로세서
예를 들어 볼까요? 실은 요즘 지난 여름휴가의 여파로 제 디지털 카메라가 말썽을 부리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조금 혹사시키고 몇 번 집어 던지고 길거리에 굴렸다고 바로 말을 듣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없는 시간을 내서 수리해보겠다고 용산에 있는 카메라 A/S 센터를 찾아갔는데,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 옆에 앉아계시던 나이 지긋하신 분이 노트북을 들고 오셨는데, 그 노트북은 꽤나 기능이 많고 비싼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뭐가 잘못 되었는지 모두 지우고 새로 윈도우를 깔아달라고 하시더군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하드디스크에 있는 모든 내용이 지워진다며, 혹시 중요한 내용들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질문하는 직원에게 이렇게 대답하시더군요.

“디스켓은 작동되는 거죠?”
“예? 아, 플로피 디스켓은 윈도우를 새로 까는 것과는 상관없습니다.”
“그럼 됐어요. 어차피 나야 글 써서 디스켓에 저장하는 것만 하니까.”

그렇습니다. 그 비싼 노트북은, 300만원짜리 워드프로세서 신세였던 것입니다. 30만원짜리 컴퓨터로도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있었던 거죠.

 

같은 핸드폰, 다른 쓰임새
사실 이런 일들이 그리 낯선 것은 아닙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대부분 휴대폰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전화번호 수첩을 따로 들고 다니십니다. 습관이 든 탓이지요. 휴대폰에 저장해 놓고 단축번호로 전화를 걸면 편할 듯하지만, 막상 습관이 되지 않으면 낯설고 불편하게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이 분들에게 휴대폰은,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전화기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 반대의 일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십대 청소년들이 들고 다니는 휴대폰입니다. 이들에게 휴대폰은 전화기보다는 문자메시지 단말기에 더 가깝습니다. 주로 문자를 보내고 가끔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아무래도 돈을 벌지 않고 용돈을 받아서 쓰는 나이다 보니, 휴대폰 통신료가 많이 나온다는 부모의 꾸중이 무서운 탓이겠지요.

문제는 나이 드신 분들이 쓰시는 핸드폰이나 청소년들이 쓰는 핸드폰이나 그리 다르지 않은 핸드폰이란 것에 있습니다. 하나의 기계로 서로 다른 모두의 필요를 맞추려고 하다보니 결국 점점 복잡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막상 사람들이 쓰는 기능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유저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단순하고 어렵지 않은, 꼭 필요한 기능이 있는 제품을 선호합니다. 세상에 어려운 것 좋아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막상 물건을 사기는 샀는데 이 기능 저 기능이 너무 많고 리모콘도 복잡해서 여러 기능의 사용을 포기하신 분들도, 아마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 지금 자신이 쓰고있는 핸드폰의 사용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신 분, 계신가요?
…아, 물론 저는 읽어봤습니다만… (제가 성격이 좀 특이해서).

 

디자인을 통한 소통
그렇다고 사람들의 쓰임새를 세분화해서 각각의 용도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일도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일단 각각 세분화된 제품이 수지타산이 맞을만큼 팔려줄 것인가의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그렇게 제품을 나누면 제품의 가지수가 너무 많아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쇼핑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르겠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물건 하나 사기 위해 골치 썩는 것도 질색하거든요. 어렵지요? ^^
디지털 기술은 기술의 발전으로만 완결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남게 되지요. 그리고 그 몫은 (인정하지 않을 사람들도 있겠지만) 디자인의 문제(시각, 촉각, 미각, 청각, 후각 등을 포함한), 다시 말해 문화와 예술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됩니다. 디지털 제품들과 사람이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이 제품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이 제품을 쓰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의 문제.

어려운가요? 사실 한 두 번에 끝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달부터 자꾸 디자인의 문제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네요. 앞으로 얘기하게 될 ‘Ipod로 만들어지는 Identity’의 문제나 ‘사이버 공간의 메트로 섹슈얼’ 역시 사이버 공간에서 디자인을 통한 소통의 문제이거든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새로운, 사이버 공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문화와 예술이 될 것이구요.
자, 이번 얘기는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그럼 다음 회를 기대해주세요.

* 참, 혹시라도 ‘디자인이 무슨 예술이냐’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이 페이지를 찢어주세요. 제가 재작년에 토론회에서 그런 얘기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쇼킹했던지요. 실례지만, 어느 시대 사람이신가요? ^^

 

이 기사는 컬쳐뉴스에 게재된 것입니다.

 

                                                           2004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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