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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문예] 소설 부문 가작 '개들의 뇌로, 파리의 눈으로'
작성자 울산대신문 작성일 2022-12-06 조회수 332

1907년 장 앙리 파브르라는 서명과 함께 내 곤충기 10권을 마무리 지었다. 50년의 결말에 뿌듯했지만 허무함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눈도 잘 보이지 않고 더 이상 관찰을 지속할 수도 없다. 딱 하나 다행스러운 점은 40년 동안 이어온 소똥구리에 관한 비밀은 알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비밀을 알 수 있었는지는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마리.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몇 년 전 네가 몇 주 동안 넋이 나가 있는 나를 걱정하며 계속해서 그 이유를 물어봤었지. 그때부터 모든 것을 밝히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것 도 말을 할 수 없었고, 우리에게는 서먹함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어. 미안해. 이렇게 써놓은 책과 편지만을 남길 수밖에 없어서. 너도 알다시피 난 오랜 시간 소똥구리 연구에 박차를 가했어. 하지만 내가 알고 있었던 건 단지 소똥구리의 일부분에 불과했고. 어떻게 알 을 낳으며 애벌레를 키우고, 먹이는지 전혀 알 수 없었어. 이 모든 것이 전부 너무나 궁금했어. 너무 궁금하고 답답했던 나머지, 동산에 있는 한 목동 소년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소똥구리를 잘 관찰해 달라 부탁을 했어. 참 고마운 친구지. 그 날 이후 어느 날 그 친구가 나에게 헐레벌떡 뛰어오더군, 소똥구리 굴에서 찾은 조그마한 구슬과 함께. 단단하고 달걀 같아 보이 기도 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정말 신기한 물체였어. 나는 이 모든 게 매우 놀라웠고40년을 가까이 공부한 소똥구리 연구가 앞이 보이는 듯한 느낌도 들었어. 나는 이 물체가 정 말 소똥구리 구멍에서 나온 것이 맞는지 되물었고, "그렇다"라는 목동 소년의 말에 사실 확인 을 위해 소년과 함께 그 구슬을 찾은 곳으로 갔어. 구멍은 작지 않았지만 돋보기로는 보이지 않아, 자세히 보려 몸을 엎드려 구멍에 눈을 가져다 놓았어. 그제야, 소똥구리가 보이기 시작 했지만 어지러운 느낌이 들어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땅속에 작은 존재가 되어 있었어. 마리. 믿기 힘들겠지만 정말이야. 내 말을 믿어줘. 이후에도 모든 일이 꿈이 아닐까 수없이 생각했고, 몇날 며칠을 믿을 수가 없었어. 그때, 내가 전에 말했던 우리 집 개의 뇌로 생각을 하고 싶고, 파리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그 소망이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 그게 원인이었을까? 그 당시에는 이러한 기회를 얻은 만큼, 내가 40년 동안 연구했지만 알아내지 못한 소똥구리의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뿐이었지. 내가 몰랐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

 

땅속에서의 첫 번째 해가 밝았다. 내가 여기서 얼마나 많은 해를 보게 될까 아니면 오늘이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해일까?'이제야 보이는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동그랗게 말린 소똥과 나를 포함한 소똥구리 무리들이 눈앞에 보인다. 모두 똥을 식사로 삼아 먹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은 도저히 소똥을 먹을 자신은 없었다. 전부 소똥이 아니면 채식주의자들의 똥이라 그런지 냄새는 매우 지독했다. 그 똥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소똥에 목동 소년이 가져다준 구슬이 있는걸 보니 정말 소똥구리 알은 맞는 것 같았다. '똥에 알을 낳고 애벌레로 부화시키는 걸까' 지금 그런 걸 생각할 여력은 없었다. 굴에 같이 있던 다른 소똥구리가 말을 걸었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말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내가 바뀐 소똥구리는 이곳에 살던 아이는 맞았을까. 내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인 것 같지만, 내가 할 수 없는 범위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두 번째로 내가 오래도록 알지 못했던 일들을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 내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하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며, 내가 고생해 이루어 온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또한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내가 이러는 동안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세상은 멈춰있는 걸까? 마리는 잘 있는 걸까? 마리에게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들었다. 지금 밥을 먹고 있는 친구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나가서 소똥만 구해오면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빨리 여기에서 나가 하나라도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두 가지 생각에 쪼여 몸을 일으켜 세웠다. 땅굴이 너무 가팔라 나오는 것은 꽤나 힘들어 보였는데. 앞 다리에 돌기가 많아서 그런지 꽤나 쉽게 나올 수 있다. '하긴. 물구나무서서 똥을 굴리는 몸으로 이런 것도 하지 못하겠나.' 나의 집은 멀지는 않았지만 내가 사람이었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성큼성큼 움직이던 풀밭이 소똥구리가 되니 힘들 뿐 아니라 내 걸음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길에 소똥이 많이 보여 소똥을 구하는 일이란 건 어렵지 않게 생각하며,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광활하게 펼쳐진 풀숲을 보며, 나에게 위협을 가하는 동물은 뭘까. 어떤 걸 조심해야 할까, 사람의 눈에 띄어 밟히지는 않을까'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데 그 와중에도 새들은 참 신이 난듯했다. 아무도 내 당황스러움을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다. 집에 가는 길에 내가 소똥구리 관찰을 부탁한 목동 소년도 봤는데 저 목동 소년은 모든 일을 알고 있을까 알지 못할까. 집에 도착하니 마리가 빨랫줄에 빨래를 널고 있었고, 아이들은 오늘도 지각을 할 건지 지금에서야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고 있는 듯하다. 나 빼고 모든 것이 똑같은 안전한 아침이다. 역시 그녀는 내가 들어오지 않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다. '마리는 아마 내가 곤충을 관찰하거나. 글을 쓰는 것이 아니면 또 어디선가 여성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겠다고 생각하겠지'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 상황에서 미리 마리에게 귀가 시간을 말할 걸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 또한 든다. 내가 변했다는 사실을 알면 마리는 믿지 못하고 아파했을 것이다. 마리만 보고 돌아가려 했는데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배가 너무 고프다. 그렇다고 도저히 똥을 먹을 자신이 없으니 '집에 들어가서 야채라도 조금 먹을까, 그렇게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전쟁을 일으키며 짜증을 빠르게 쏘아 된다. 조금만 생각해 보니 나는 너무나 작은 존재이고 눈에 안 띌 것 같다는 생각에 빨래를 너는 마리를 뒤로하고 오두막집의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그렇게 문은 닫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이들과 마리가 나의 말을 흘려듣는 덕분에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어제 본 집과 오늘 본 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따스함과 위치까지 똑같았지만, 표본이 나에게 주는 느낌만은 같지 않았다. 내가 이 자리에서 어떠한 수만 가지 이유로 인해 죽게 된다면 나 또한 저렇게 표본이 되겠지 그러면 나는 파브르인 나로 돌아가지 못하는 걸까? 소똥구리로 나의 영혼이 마무리되는 걸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리가 마지막 이불 빨래를 너는 소리가 들려와, 더 이상 지체할 시 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빠르게 다리를 움직였다. 식탁 위에 잠봉 뵈르를 만들어 놓은 것이 보였다. 아마 하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저기서 루꼴라만 조금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식탁 다리를 기어오르며, 곤충이 되고 좋은 점은 가팔라도 돌기로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 했다.' 이 돌기는 자연의 전유물 일까, 우리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까 아니면 곤충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일까.. 나는 지금 모든 것이 절망과 공포인 가운데 돌기라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걸까.' 식탁 다리를 오르면서, 내 식량이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도 별생각이 다 든다. 아직 배가 덜 고픈가 보다. 다행인 점은 내가 소똥구리를 연구하면서 소똥구리는 채식을 하는 동물의 똥에서 주로 영양분을 얻지만 야채나 채소로도 일시적인 소량의 영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안 것이다. 물 따위도 필요하지 않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소한 지식이 엄청난 힘이 된다. 잠봉 뵈르 정상에 도착을 하고, 거기서 먹은 나뭇잎은 배고픔은 한시름 놓게 만들어 주었다.' 마리를 보러 왔는데 언제 나도 모르게 배까지 채우게 됐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돌아갈 때다. 입에 묻은 소스를 쓱 닦고, 뒤를 돌았는데 아들이 나를 보며 다급하게 마리를 부르고 있다.

"엄마. 엄마" 아마 아들이 나를 본 본 듯했다. 그냥 내가 누구인지까지 들켜 버리고 싶다. 탓할 사람이 없으니 의지할 사람이라도 필요했다. '혹시 나한테 사람 말이라도 나올까'하는 짧은 생각에 입을 뻐끔뻐끔 열어보았는데 낮에는 안 나왔던 동족들의 말 하는 소리가 나왔다. 얼른 도망가야 했다. 찰나에 마리에게 잡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날 그냥 밖으로 옮겨 줄 거란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마리의 향기와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도망가야 했다. 서둘러 식탁 다리를 내려오고 총기 옆에 숨었다. 그 사이에 아들의 시선은 나를 중간까지 따라오다 나를 놓친 거 같다. 마리가 들어오자 아들이 이상한 벌레가 내 샌드위치를 욕심내서 먹었다고 내가 먹고 있는 걸 봤다고 투정을 부렸다. 그러자 마리는 아들에게

"밖에 먹을 것이 없어서 많이 굶주렸나 봐.... 엄마가 다시 더 맛있게 만들어 줄게"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말로 나는 마리에게 어떠한 형태이든 탕아였다는 사실을 확인받았다.

그녀는 항상 나를 이해해 주며 친절을 베푼다. 아들과 마리가 대화하는 사이 나는 집을 빠져 나왔다. 나를 제외한 모든 세상이 다 일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4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내가 터덜터덜 걷는지는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감정을 알아차려 주길 원해 온몸으로 티를 냈지만, 티를 내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다 시 파브르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야 할 것이다. 해야 할 것이 아니라 무조건 해 결책을 생각해 내야만 한다. '어쩌면 목동 소년은 알고 있지 않을까?'

#5

나는 다른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소똥 채집에 나서야 했다. 소똥구리한테는 유일하게 똥이 그들의 먹이다. 모든 생명체는 먹이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아직 그들의 규칙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따르고 싶다. 아무도 나한테 관심을 주지 않는 조용한 상황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고.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다. 물구나무서서 소똥도 굴리는 그 힘을 나는 감당할 자신도 무척이나 없다. 그런데 마리를 보러 갈 때까지 많던 똥들이 순식간에 허허벌판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구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많던 똥들이 다 어디 갔을까. 다른 곳에 살던 소똥구리들이 다 차지 한 걸까 아니면 같이 사는 소똥구리들이 이미 집으로 다 가져간 것일까. 그것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암컷 소똥구리에게 잘 보이고 그들을 차지하기 위해서 그런 것임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러면 그들에게 소똥은 권력의 상징일까.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도 없는 그 무리에서 잘 지내기 위해서 많은 똥을 긁어모을 수 있는 능력치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일까?'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생각이 들었다. 소똥구리가 아닌 파브르로의 나는 학문에 대한 열망으로 곤충을 수년 동안 연구했지만 경계가 모호한 삶 속에서 나의 독특함에. 그들의 결속에 점차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그들의 결속에 무너져 내리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 같다. 그냥 나의 독특함이다.

#6

조금만 더 가보기로 했다 조금만 더 가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그 사이 너무나 많은 동료들이 내 옆을 지나갔다. 내 추측이 맞는 것 같다. 점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배설물은 줄어들고 있다. 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을 방목해서 키우는 일도 점점 줄어들며 그로 인해 배설물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내가 또 조금의 미래로 간다면 어떻게 될 까.' 그냥 먹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우리의 순기능에 극찬하면서 도, 우리의 생존을 위한 것들은 지켜주지는 않는다. 물론, 그럴 의무는 없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똥을 계속 찾기도 귀찮고 힘들었다. 나름 머리를 써봤는데 그냥 우사에 있는 소의 엉덩이 위에서 풀을 불며 노래나 부르고 똥을 싸면 바로 먼저 가지고 가야겠다는 철두철미한 계획을 세웠다. 이 동네에서 제일 큰 집을 가지고 있는 자의 조그마한 우사에 도착했다. 내 눈앞에는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5마리의 소가 있었는데, 그중에도 어느 소가 가장 튼실한 똥을 쌀까 고민을 하지 않아도 명확했다. 나는 덩치도 제일 크고 사료도 많이 안 남아 있는 소를 선택해. 땅에 흩뿌려져 있는 건식 풀을 하나 들고 소의 오른쪽 엉덩이에 앉았다.

"그래. 가장 튼실한 똥일 필요는 없으니 조금 서둘러 줬으면 좋겠다." 이 상황에 힘입어 건식 풀을 물고 피리를 불어 보았는데, 나는 사마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 또한 내가 소똥구리가 아니었다면, 상상조차 할 리 없는 상황. 그래,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소의 오른쪽 엉덩이 또한 매우 편안했다. 소가 몇 시간씩 배설하지 않는다 해도 불평하지 않을 자신 있었다. 그래, 집안 의자보다 편안한 소의 오른쪽 엉덩이 또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 때, 소가 배설을 시작했다. 내려와서 보니 내 몸집보다 몇 배 컸다. '그래. 이걸 뒷다리로 동 그렇게 굴리면 된다는 거지'벌써부터 숨이 찼다. 한 번 시도해 보았다. 물구나무서기는 어렵지 않은데 도대체 동그랗게는 어떻게 만든단 말인가. 10분 동안 시도해 봤는데, 동그라미는 되지 않고 소만 거슬리게 만든 것 같다. 하지만 그 사이 해는 사라졌고, 우사에서 보는 밤하늘은 누 가 지구를 망토로 덮어놓은 것 같이 어두웠다. 어서 출발해야 할 것 같았지만, 밤하늘이 계속 해서 눈에 들어왔다. 거의 땅에 붙어서 보는 하늘인데도 작은 불빛이 반짝이는 것은 반딧불이인지 별인지 헷갈리게 했다. 저게 반딧불이라면 100m 떨어진 오두막집 옆집 남자 루카일 가능성은 없을까.' 쓸데없는 생각이다. 그가 바뀌었다면 바뀌어도 집 앞 닭의 알이 아닐까. 곤충보다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나이였다. 동그랗게 굴리는 것은 포기했는데, 열심히 집으로 향하다 보니 자연스레 동그란 모양이 되었다. 내려가는 길에도, 물구나무서기가 버겁진 않았다. 얘네들도 자기 신체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은 것 일거다. 풀숲으로 내려와 다 같은 땅에 박힌 동그라미 대문에서, 나의 동그라미 대문을 찾는다고 시간을 꽤 썼다. 집 대문 찾기는 나만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 나도 내 오두막집을 찾는 데는 문제가 없다.

#6

집을 찾아 들어가려 했는데, 오늘 아침 나에게 말을 걸었던 소똥구리를 보았다. 사실 확신할 순 없지만 색이 조금씩 달라 보인다. 크레파스로 칠한 것처럼 유달리 검은색이다. 또 나한테 말을 하는데 뭔가를 물어보는 것 같진 않고 앞발로 내 똥 경단을 툭툭 치는 것을 보니 시비를 거는 건지, 내 밥통을 뺏으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 일지도...사실 그냥 가만히 들으며 '빼앗길까'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아침에 보니 똥 경단에 알이 박혀있는 걸로 봐서는 똥을 차지한 수컷 소똥구리는 쌍을 이루고, 똥에 알을 낳고, 애벌레로 부화시키는 것 같았다. 내가 몇 십 년 동안의 연구에도 몰랐던 사실을 단 한순간에 알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대를 잇고 알을 부화시킬 생각은 없다. 나는 이미 자식이 있다. 내 자식이 내가 말을 낳은 사실을 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 경험해 보고 똥을 구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해보며 배웠다. 다양한 기계와 농장의 조그마하고 서서 한 발전이 나에게는 득이지만 이들에게는 실이다. 나도 모르겠다. 누가 봐도 앞에 있는 애와 나는 우리인데. 나에게는 나와 저들이다. 가끔씩은 나도 모르게 우 리라고 표현된 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아직은 나와 저들이 맞는 것 같다. 나는 다른 존재이니. 잠깐의 배려 충동으로 이 짧은 순간에 아침의 깨달음부터 나와 이들의 정의까지 내렸다. 모든 것이 다 맞는 말이지만 나도 내 미래를 모르는데 무턱대고 이들을 응원하며 양보하기에는 내 현재가 너무 불안했다. 이 하나로 배려할 마음은 사무쳤다. 검은색 소똥구리가 계속해서 내 똥 경단을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쟤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에서의 살기가 느껴졌다. 내가 아닌 형태로 싸움을 할 수는 없다. 그냥 내 몫의 똥 경단과 함께 빨리 떠나는 것이 제일 현명하다. 하지만 검은색 소똥구리는 내 똥에 온몸을 붙여서 떨어지려고 하 지를 않았다. 앞다리의 힘으로 떼어내 보려 했는데, 나보다 물구나무서기를 오래 한 선배라는 걸 내가 간과하고 있었나 보다. 그냥 반대쪽에서 똥을 굴리는 것도, 괜히 자기의 50배를 견디는 동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다리 하나만을 계속 쳐내야겠다. 앞다리로 계속해서 붙어 있는 뒷다리를 쳐내자, 조금 미끄러지기 시작했지만, 동시에 톱니 모양의 앞다리로 계속해서 머 리와 내 눈을 치더라.

#7

차라리 이렇게 되어서 다행이다. 점점 검은색 소똥구리가 톱니 모양 다리로 공격하니 머리와 눈에 철사로 찌르는 듯이 따끔거렸다. 내가 밑에서 아무리 쳐내려고 공격해도 단단한 갑옷 위에는 한 번의 공격도 먹혀들지 않았다. 소똥구리의 단단한 집계에 대해서. 힘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톱니 모양의 발로 자신의 적을 힘껏 쥐어서 날려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내가 똥을 훔치는 날치기를 상대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전략을 통해 강탈당했다. 다음 날치기는 또 21조나 더 큰 자기 가족들과 함께 더 야비한 전략으로 빼앗겠지. 날아가 버리기 까지 했으니 자존심이 상해, 사실 그러길 어느 정도 희망한 바도 있다. 이제 똥의 주인이 바뀌게 됐으니 나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흔적을 뿌리며 소유를 드러내겠지. 이것이 생존의 법칙인가 보다.

#8

대문 앞까지 왔지만, 싸우고 날아다니는 바람에 한 번도 들어오지 못했다. 들어오니 아침과 모든 것이 똑같았지만, 똥까지 뺏기니 짜증과 좌절감에 숨이 턱턱막혀왔다. 낮에는 보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대가족이 사는 공간이네. 아니 가족은 아닌가? 이제 아무도 나에게 말은 걸지 않지만, 이제는 내가 궁금하고 견디기 힘들었다. 원시 시대 때부터 원시인들은 벽에 그림을 그려 소통했다던데 제발 아무 그림이나 한 번 그려줬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 톱니 다리로 사람 모양을 벽에 그려보니 모두가 쳐다볼 뿐 더한 반응도 덜한 반응도 없었다. 내가 본 그들의 무관심의 눈에서는 절망만 느낄 뿐이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 보니 그들이 관심이 없는 이유는 그 들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사람이었다면, 아니 적어도 사람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면, 이 그림을 보고 조그마한 반응이라도 해주지 않았을까. 무턱대고 밖으로 나갔다. 지나가는 다른 대문의 소똥구리에게도 찾아가 흙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그들의 의미 없는 관심이 나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게 만들었다. 조그마한 반응이라도 보이거나 같은 대문 가족에 게의 전달만으로도, 나를 엄청난 고양감에 휩싸이게 만들고, 다시 무관심이 가득 채워진 눈을 보게 되면 다시 무저갱에 빠지길 반복했다. 이 바닥을 밟고 있는 모든 소똥구리들, 송장벌레. 노래기 별 등은 내 그림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알지 못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고, 반응은 없다. 조그마한 반응에도 내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마지막 목동 소년이 남았다. 사실 처음부터 목동 소년은 내 기대의 첫 시작이며 마지막 동아줄이다. 목동 소년은 지금 양치기를 하고 있을 리 없다. 너무 늦은 밤이다. 그러면 그의 집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다, 그의 집에서 내 그림을 보여주기나 할 수 있을까. 눈에 띄자마자 쫓겨나거나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 마음이 급하지만 두 번째 해를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9

두 번째 해는 나를 잡아먹는다. 일곱 번째 해까지는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두 번째 

해도 버겁다. 잠을 잘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모든 부정적인 경우의 수만 흡수했다. 해가 대문으로 조금씩 들어와 따뜻함이 온 집에 퍼지니 내 뇌도 자극했나 보다. 얼른 목동 소년을 만나러 가야 한다. 지금 푸르른 풀이 안내하는 저 뒷산에 있을 것이다. 추측이지만 확신했다. 하지만 뒷산으로 가는 길조차 너무 험난했다. 어제 바닥과 벽에 주구장창 그림만 그렸던 탓인지, 내 앞 돌기가 조금 갈린 느낌도 있고, 거슬리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학대적이지만, 사람인 내가 손톱으로만 글을 쓰면 돌기가 갈리는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거슬리는 돌기로 뒷산을 올라가기는 힘들었다. 그 와중에도, 내가 모르는 너무도 많은 곤충들이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내 관심 밖이었다. 오로지 내 걱정과 미래의 일념으로만 산을 오르며 양 떼들을 찾았고, 목동도 찾았다. 양들의 등과 머리 위를 뛰어다니며 어지러움과 함께 그들의 몸을 건넜다. 양 떼들의 발과 함께 움직인다면 적어도 내 아픈 돌기 중 하나는 부러질 것 같다. 목동 앞에서 그의 시선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맨살을 공략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복숭아뼈에 올라타 제발 봐 달라는 생각으로 앞발로 목동을 계속해서 쳐대니. 간지러움 밖에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목동이 다리를 긁는 사이 이번에는 손위에 올라타 똑같이 계속해서 쳤다.'나 좀 봐달라고.'목동은 그제야 나를 한번 바라봐 주었다. 목동의 관심을 어떻게든 끌어야 한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동의 다리를 줄기로 삼아 호다다닥 내려와 양 떼가 풀을 다 뜯어먹은 곳에 재빨리 그림을 그렸다. 사람의 외형을 그리고 내가 매일 쓰는 모자도 그려 넣었다. 제발 알아줬으면 했다. 목동 소년은 왜 놀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무엇에 놀란 걸까 곤충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에 놀란 걸까, 내가 그리는 그림에서 사람인 나의 모습을 본 걸까' 소똥구리가 된 후에 생각과 고민이 많았던 것 같은데,속에서 사람 말인 질문이 계속해서 나왔다.

"혹시 나를 기억하나요?"

그는 나를 기억한다. 눈앞에서 사라진 나를 찾으러 다녔다.

#10

소파에 앉아 조그마한 책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직까지 연필을 들 자신은 생기지 않는다. 까먹지 않으려면 지금 연필을 들어야 하는 건 맞는데 그럴 생각은 없다. 그날 목동 소년이 나를 원래의 존재로 돌려놓아 주었다. 그가 내가 바퀴 날의 나의 모자를 가지고 있었고, 그 옷가지를 내가 바뀐 동그란 대문 앞에 놔두니 원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옷이 없으니 해결 되지 않았었고, 옷이 모든 일의 해결 열쇠였을까. 이 모든 이야기는 비밀로 할 것이다.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안다. 솔직히, 누군가가 이러한 말을 한다면 나도 믿을 자신은 없다. 마리를 위해서는 언젠가 모든 이야기를 다 써 내려가야겠다. 훗날 마리가 볼 수 있게끔 말이다.

#11

상상해보니 책의 마지막은 이럴 것이다.

1915.10.11. -마리를 위한 그 날의 모든 이야기-

파브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