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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수기 공모전] 최우수상<선택과 책임질 수 있는 힘>
작성자 차** 작성일 2022-03-11 조회수 250

<선택과 책임질 수 있는 힘>

최우수상 사진ㅇㅇ.jpg

               박수지(법학·16)

 

첫 도로주행 시험에서 클러치와 기어를 잘 조작해야 한다는 긴장감에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지 않고 출발해서 애꿎은 클러치만 밟아대는 사람. 21살 처음 간 해외여행에서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핸드폰을 잃어버려 경찰서에 가 말이 통하지 않아 그림카드로 어찌어찌 분실신고를 하는 사람. 그리고 대학 원서 접수에서 학과를 잘못 써서 생각지도 못한 학과에 오게 된 사람. 그 일련의 모든 사건을 겪은 사람이 나다. 나를 처음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매우 꼼꼼하고 차분한 사람으로 보고는 한다. 사실 나는 매우 덤벙대는 성격이고, 차분하지도 않다.


나는 2016년 생활과학부로 울산대에 입학했다. 사실 생활과학부라는 학부로 입학 했을 때, 생각지도 못한 학부와 공부에 적응하지 못했다. 내가 예상하고 계획한 인생에서 생활과학부라는 선택지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 상상조차 못했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래서 1학년 1학기는 많이 방황했던 시기인 것 같다. 몸은 학교를 출석하고 시험기간이 되면 형식적으로 으레 도서관에 가서 앉아 있었지만 나의 마음은 붕 떠있는 상태였다. 결국 마음을 다잡지 못한 나는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결심했다.

 

1년간의 휴학이 끝나고, 나는 복학했다. 복학을 하고 학과가 정해지고 그 안에서 공부를 할 때 나는 계속 고민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이것을 인생의 순리라고 생각하고 시간의 흐름에 맡겨 이대로 이 학과의 일원으로서 졸업을 할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 선택의 과정에서 생각이 났던 것은 휴학을 하기 직전 들었던 봄의 명사초청특강이었다. 당시 '헌법의 정신과 헌법재판'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들었던 그 때의 감정과 느낌이 생각이 났고,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내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법과 정치를 공부하던 것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과 친구들의 반대에도 내가 해야할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19년 나는 법학과로 전과했다. 나는 법학과로 전과해서 처음 들은 수업인 ‘민법총칙’에서 느낀 감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잃어버린 것을 찾은 재미였다. 물론 생소한 단어와 문장들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 예상은 했지만 더 낯선 한자들의 나열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그 어려움 속에서도 이해할 때의 재미를 잊지 못한다. 신아산 도서관 6층 자료실에서 형법총칙 문장을 몇 번 쓰고 또 쓰고 할 때 이해가 되던 그 느낌을 잊지 못한다.

 

하지만 법학과를 전과하여 재미를 느끼기도 잠시 나는 흔히들 온다는 대2병이 늦게 찾아왔다. 2020년 3학년 때의 일이었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어떤 것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지 방향을 잃었다. 나는 멈춰 있는데 시간만 속절 없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때 나에게 도움이 된건 미루기 습관 개선 프로그램이었다. 평소 많은 비교과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나, 나는 특히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큰 이정표를 하나 얻은 느낌이었다. 프로그램의 주제는 미루기 개선이었지만, 근원적으로 나의 진정한 내면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가 어떤 감정에서 비롯되는지, 진짜 내 속마음이 무엇인지 내가 외면하고 있던 마음을 보듬어주는 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이 오롯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모두 나와 같이 불확실한 미래에 두려움이 있었고, 남에게 말하지 못할 아픔과 고민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진로에 관하여 구체적 방향설정을 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진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노무사가 되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막연하게 공부를 하면 붙을 수 있겠지 하던 나의 생각은 20년 21년 공부를 하면서 깨졌다. 4학년 1학기 재학 중 이뤄낸 1차 시험 합격의 기쁨도 잠시였다. 2차 시험은 생각보다 더 많이 어려웠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나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외운 판례가 내일이 되면 새로웠고, 몸 컨디션이 좋으면 나쁜 생각이 계속 나를 괴롭혔고 생각이 맑으면 몸이 좋지 않아 힘들었다. 결국 나는 21년 2차 시험에 불합격했다. 시험을 치고 결과가 나오기 몇 달 동안 또 다시 나는 방황했다. 내가 법학을 좋아해서 하는 건지 아니면 좋아한다고 착각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것인지에 관하여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정말 많이 울었던 같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따또스터디를 통하여 많은 도움을 주신 교수님께 찾아가 상담을 하기도 하고, 스터디에서 만난 같은 시험을 준비한 선배와 얘기를 하기도 했다. 또 다시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한 번 더 해보자였다. 시험에 합격을 하든 떨어지든 한 번 더 최선을 다해서 후회를 남기지 말자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수기도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 시간에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기 위하여 글을 써본다.


아직 많이 경험도 부족하고, 살아온 날이 길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운전면허를 1종이 아니라 2종에 응시했다면 1종보다 수월하게 면허를 땄을 것이고, 처음 간 여행에 서도 작은 가방하나를 더 챙겼더라면 남는 손으로 핸드폰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며, 대입에서 사회과학부로 원서를 잘 넣었다면 나는 법학과를 처음부터 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일에 있어서 가정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현재의 주어진 상황과 내가 만든 선택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는 그런 것들을 울산대에서 재학하며 경험하였다. 그리고 선택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 선택을 결심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들을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내가 선택한 것에 관하여 끝까지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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