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칼럼] 정의는 승리한다!(재업) | |||||
작성자 | 윤** | 작성일 | 2020-09-15 | 조회수 | 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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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승리한다’ 흔히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빌런을 물리치고 히어로가 뱉는 대사이다. 히어로가 빌런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는 미디어는 시대를 불문하고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서 히어로가 외치는 정의란 무엇일까? 사전에 정의를 검색하면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바른 의의’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히어로의 정의는 선이며, 빌런은 그저 악일 뿐인가?
사실 선과 악은 그렇게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단순한 히어로 영화를 봐도 히어로의 정의와 빌런의 정의가 맞물린다. 심지어 히어로와 히어로, 빌런과 빌런 사이에서도 정의는 확연히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어벤져스 시빌워’를 생각할 수 있다. 두 히어로 중 하나의 정의는 틀렸다고, 정확하게 지적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특정한 정의를 더 지지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많은 정의들이 한 공간에 존재하다보면 충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충돌은 끊임없이 일어나며 합의점이 없다면 큰 분쟁으로 이어진다. 분쟁의 내용은 정치적인 사상, 세대갈등, 양성갈등 등 다양하며, 그 정도와 강도 역시 기준이 없다. 그렇다 보니 상반되는 정의가 혐오와 분노를 낳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지만 혐오와 비난이 넘치는 갈등은 해소될 수가 없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했던가, 혐오도 다를 바 없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갈등으로 자리 잡은 페미니즘 운동을 살펴보자. 페미니즘이 정의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정의가 등장했다. 두 정의는 큰 논쟁을 낳았고 논쟁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으며, 결국 무조건적인 공격을 일삼게 됐다.
물론 처음부터 서로를 혐오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엔 설득의 과정을 거쳤고, 양측 모두 참고 참으며 이해하기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의견차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의 정의가 공감을 받기 위해선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지만 합리적인 근거에 대한 판단도 개인 가치관에 따라 갈린다. 결국 양 측 모두에게 상처만 남으며 갈등 해소에는 아무런 성과가 없게 된다.
그래서 페미니즘의 정의가 승리하였는가? 얼핏 정부와 언론의 든든한 지원으로 페미니즘이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정의가 승리했다는 미디어의 결말처럼, 우리는 현재가 결말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지금 정부가 여당이니 승리했다고 확정 지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당장 다음 총선거, 대통령선거에서 다른 야당이 이겼을 때 지금 여당이 졌다는 이유로 정의가 아니게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뻔하고 쉬운 결과를 보기 힘들다. 또한 현실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말로 넘어가기엔 긴급하고 다양한 분쟁이 많다. 그러나 혐오와 비난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어찌됐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자. 상대방의 정의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니까.
오성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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