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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not me, who?
작성자 박** 작성일 2020-09-08 조회수 310


밤쉘 영화 포스터354534.jpg

  

  ‘많은 이가 암묵적으로 동의하지만, 말하기 꺼려지는 것’ 이를 불편한 진실이라 한다. 피해자는 넘치는데, 고발하려는 이는 없다.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서기엔  받을 비난과 사회적 불이익이 두렵다. 그렇다면 그냥 불편한 진실을 덮어둬야 하는걸까? 맞서고, 변화시킬 순 없을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을 통해 찾을 수 있다.

 

  밤쉘은 미국 방송사 폭스뉴스 내의 권력형 성범죄와 맞서 싸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며,  배역 또한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실존 인물이다.

 

  폭스뉴스 앵커 그레천은 직장 내 성희롱을 단절시키고자 언론 권력의 제왕이라 불리는 회장 로저를 고소한다. 그레천은 왜 굳이 당신이 나서냐는 변호사의 물음에 누군가는 입을 열고, 누군가는 들고 일어나야죠라며, 분명 다른 피해자들도 나설 것이라 단언한다.

 

  그레천의 고소로 세간은 떠들썩해졌고, 다른 피해자인 신입 케일라와 간판앵커 메긴도 충격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함구한다. 경력에 평생 붙을 꼬리표와 동료들의 따끔한 시선이 그 이유다.

 

  그렇게 폭스 뉴스에서는 단 한 명의 피해자도 증언하지 않았다. “짧은 치마로 다리를 드러내라등 언어로 성희롱을 당한 이들도 생존의 문제 앞에서 침묵했다.  그레천은 분노했고, 좌절했다.

 

  로저 쪽으로 기울어진 승기에 좌절하던 찰나, 판도를 뒤집는 사건이 나타난다. 메긴 또한 로저를 고소한 것이다. 메긴은 자신의 침묵이 가져올 결과를 깨닫고  용기를 낸다. 뒤이어 다른 피해자들도 피해사실을 털어놓는다.

 

  연대에 힘입어 그레천은 다시 일어서고, 자신의 마지막 카드를 이용해 결국 로저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린다. 그레천과 메긴의 희열이 담긴 미소, 둘의 눈 맞춤 그리고 여성들이 바지를 입고 있는 사내 풍경이 비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만약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불편한 진실은 하나의 관행으로 남은 채 피해자만 늘어났을지도 모른다. 결국, 불편한 진실에 맞설 수 있는것은 누군가의 용기와 이를 뒷받침해줄 다른 이의 연대와 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케일라가 사원증을 내던지며 이렇게 말한다. “다음 직장은 다를까? 아니면 내가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그녀의 자문은 불의와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현실 앞에 모두가 앞장설 수는 없다. 그러나 진실이 드러날 때, 작은 용기라도 내면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우리는 최소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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