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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에 멍든 캠퍼스
작성자 권** 작성일 2019-06-04 조회수 1898

체육관 긴급 주주총회 장소로

 

사상 초유 학내 경찰병력 배치

 

노조, 주총 속결에 기물 파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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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뚫린 체육관 우리 대학교 체육관에서 개최된 물적 분할을 위한 현대중공업 긴급 주주총회 직후 모습이다. 노조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창문과 벽을 부수며 체육관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체육관 바닥 소화기 분말과 널부러진 기자재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1130분 우리 대학교 체육관에서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을 위한 긴급 주주총회(이하 주총)가 열렸다. 이 과정에서 주총를 저지하려는 현대중공업 노조원과 용역업체 직원이 충돌해 체육관이 크게 파손됐다.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 수백 명이 학내에 배치되는 초유의 사태도 일어났다.

 

 

  이날 열린 주총은 현대중공업이 부실경영으로 경쟁력을 잃은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기업결합 과정이었다. 대우조선은 그동안 국제 수주전에서 저가 수주로 국내 업체끼리 출혈 경쟁을 불러일으켰고, 산업은행으로부터 20년 간 10조원의 공적자금을 받았지만 경영 정상화를 하지 못해 도산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우조선의 매각을 결정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지분을 중간지주사에 현물 출자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지난 3월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결정했다. 이날 주총은 중간지주사 설립을 위한 것이었다. 물적 분할 의결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마무리되면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조선사로 거듭난다.


 

  그러나 양사 노조는 인수에 강하게 반대했다. 하나의 회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근로조건이 악화되고 중복되는 사업의 구조조정이 발생하면 대량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531일 오전 10시에 주총이 열리기로 예정된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사측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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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본부의 시설물 보호 요청으로 학내에 수백 명의 경찰이 진입했다. 오전 10시 30분 경 경찰버스를 이용해 체육관 정문 주변에 차벽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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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체육관 문을 붙잡고 있다. 체육관 내부에서는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준비 중 이었다.



  주총 당일 까지 노조의 한마음회관 점거 농성이 풀리지 않자 현대중공업 측은 오전 1030분에 주총 장소를 우리 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한다는 공고를 했다. 장소변경이 고지된 후 노조 측은 급히 우리 대학교로 향했으나 이미 용역업체 직원이 체육관 입구를 막고 있었다. 대학본부도 시설물 보호 차원에서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고 경찰 수백 명과 경찰버스로 체육관 정문 진입이 사실상 봉쇄됐다. 이후 체육관 진입을 시도하는 노조와 이를 막는 용역업체 직원의 몸 다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과 용역업체 직원 1명이 부상으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3 교훈탑을 지나가는 노조.JPG

주주총회 장소가 우리 대학교로 변경되자 현대중공업 노조가 오토바이를 이용해 학내로 진입하고 있다.



8 이동하는 경찰과 급하게 빠져나오는 주주들.JPG

현대중공업 노조가 체육관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주주들이 급히 체육관을 빠져나오는 모습이다. 주주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아산스포츠센터 쪽 통로를 이용해 나갔다.



7 체육관을 빠져나오는 용역업체 직원들.JPG

용역업체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체육관을 급히 빠져나오고 있다. 당시 체육관 내부에서 소화기가 분사돼 체육관 정문 일대가 뿌옇다.


 

  주총이 끝난 후 한 노조원은 학우들에게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다. 김병조(현대중공업 노조원) 씨는 교훈탑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현대중공업 측에서 주총을 울산대학교로 기습적으로 변경해 소란이 있어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학우들은 당혹감을 표출하는 반면 주주총회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사태에 대해서는 여러 반응을 보였다. 이희수(생명과학·3) 학우는 교훈탑에서 학교로 진입하는 노조원의 오토바이에 치일 뻔했다이렇게 위험이 따르는 사안을 학교 내에서 진행하도록 허락한 대학 측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생존권이 걸린 절박한 문제인 만큼 노조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고 전했다. 하수종(법학·2) 학우는 노조가 기존 주총 장소를 점거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우리 대학교에서 주총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노조가 과격한 행동으로 교육공간인 체육관 시설을 파손한 것은 자신들만의 주장만 관철시키려는 행동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미 주총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노조원이 의자를 집어 던지고 체육관 시설물을 파손하는 등 격양된 행동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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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와 경찰이 북카페 앞에서 대치 중이다. 당시 22호관과 체육관, 북카페, 운동장 일대의 우리 대학교 학우를 비롯한 일반인의 통행이 잠시 통제되거나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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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와 경찰이 북카페 앞에서 잠시 충돌하기도 했다. 잠시 일그러진 경찰의 대열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 노조원은 흥분한 다른 노조원을 말리며 경찰과의 충돌을 최대한 막으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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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진입 과정에서 부상당한 노조원이 사람들의 도움으로 밖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날 우리 대학교 교훈탑 인근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어서 빠르게 후송할 수 있었다. 이날 노조원 1명, 용역업체 직원 1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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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경찰과 용역업체의 저지선을 뚫고 체육관에 진입했으나 이미 주주총회는 끝난 상태였다.당시 일부 흥분한 노조원이 기자를 향해 폭언을 하고 집기를 던지기도 했다.



  대학본부는 주총 개최 여부를 당일 오전 9시에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교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측에서 전날 오후 530분 경에 체육관 사용 협조를 요청했는데 당시에는 이것이 주총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당일 오전 9시에 체육관에서 주총 개최 사실을 알려왔고 대학본부가 시설물 보호 요청을 해서 경찰이 배치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 교직원은 경찰 버스가 학내로 진입하고 있는 와중에도 현대중공업 주총이 열리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의 주총이 대학 캠퍼스로까지 연결된 것은 당초 주총 장소였던 동구 한마음회관이 노조의 점거로 주총 개최가 불가해지면서 대체 주총 장소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체 장소를 여러 곳을 물색했으나 대체 장소 주체들이 울산시의 눈치를 보고서 장소 제공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는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이후 중간지주회사의 서울 본사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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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의 여파로 체육관 문의 유리가 깨져있다. 그 옆에 체육관 이용수칙 안내 문구가 무의미하게 게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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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창문과 벽을 부수며 진입을 시도했으나 주주총회를 막지는 못했다. 아직까지 뚫린 벽은 복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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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부러진 의자와 엎어진 단상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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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가 끝나고 노사 모두 체육관을 빠져나갔지만 만약의 충돌을 대비해 여전히 경찰이 체육관 일대를 지키고 있다. 주주총회의 여파로 체육관의 강화유리는 산산조각 났다.



  한편 대학본부는 3일 오전, 체육관을 이용하는 학우들을 위해 박치모 교학부총장을 비롯한 10여 명의 교무위원, 학교 관계자들이 널브러진 집기를 치우는 등 청소를 완료했다.

 

 

권현구 기자

mainmail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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