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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다’는 그들의 그 가게들
작성자 이** 작성일 2016-06-06 조회수 867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동심을 잃어가는 과정이었을까? 어딜 가더라도 장난감을 옆에 끼고 다니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장난감에 이불을 덮어주며 함께 잠들었던 어린 시절을 거쳐 더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도 사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는 현재가 됐다. 그렇다고 장난감을 보면 설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내 추억 속에는 빙봉이 존재한다. 우리는 어른이의 삶이 너무 바빠 잠시 잊어버린 것뿐이지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영영 잊어버리지 않도록 우리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 그들을 만나봤다.

 

<듴마켓>

가게가 너무 예뻐요. 블로그에서 봤는데 가게 인테리어를 거의 직접 하셨더라고요.

나사 박는 일처럼 전문가가 필요한 일을 제외한 인테리어는 저희가 스스로 했어요. 둘 다 시각디자인과를 나와서인지 색에 민감해서 페인트칠을 몇 번 덮었는지 모르겠어요. 저기 토이 스토리 앤디의 방은 구름 찍어내는 데만 12시간 걸렸어요.

듴마켓을 차리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장난감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여기 보이는 건담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회사에 다니면서 경제적으로 풍족해지자 옛날에 사지 못했던 장난감들을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언젠가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어요. 그러다가 디자인 회사를 다닐 때 회사에서 유아 교육 용품도 판매했었는데 그때 딱 내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느꼈어요.

예쁜 장난감들이 너무 많아서인지 가게에 있으니깐 기분이 너무 좋아요. 물건들이 팔릴 때 너무 아쉽지 않아요? 

맞아요저희 가게에 수량이 몇 개 없는 빈티지 상품들도 있고 개인적으로 수집하다가 상품으로 내놓은 것들도 있는데 그런 건 매우 아까워요. 어떤 건 진열해놓고 안 파는 것들도 있는데 안 팔면 여자친구가 왜 안 파냐고 핀잔을 주는데 사실 너무 아까워요

 일하다보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이 고무공이 보기와 달리 15만 원이나 해요. 그런데 아이 손님이 모르고 던지고 놀았는데 뭐라고 할 수는 없고속으로 엄청 불안해했어요. 그리고 온라인 상담은 제가 다 하는 편인데 손님들이 여자인 줄 알고 언니라고 많이 해요. ‘언니 아니고 오빠야라고 말하다가 이제는 그냥 언니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받아줘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생겨서 인지 손님이랑 카카오톡으로 잘 대화하다가 실제로 가게에 오셔서 저 보면 아무 말 못 하시더라고요. 분명 카카오톡으로는 친했는데 말이죠오해하시지 마세요!

좋아하는 일이어도 일을 하다 보면 힘든 일은 없나요? 

거짓말이 아니고 힘든 점은 없어요. 이 일이 너무 재밌어요. 여기 오시는 분들 표정이 모두 다 해맑아요. 이 가게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사람들이 다 순수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 주인장이며 어떤 주인장으로 남고 싶으세요?

저는 진짜 손님과 주인이 아닌 친구이고 싶어요. 장난감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는 사람이니 손님과 주인 관계보다 친구 관계이고 싶어요. 여기서 편안하게 놀이터 오듯이 왔으면 좋겠어요. 여자친구는 안 된다고 하겠지만요.

 

<모모몬>

가게가 아담해서 여기만의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매장이 작으니깐 같은 물건이 오랫동안 없고 빨리 빠져나가요. 재고를 많이 준비해도 놔둘 곳이 없어요. 가게 준비 기간이 선반 달고 소장품을 깔고 해서 보름 정도 걸렸어요.

처음부터 이런 가게를 하려고 했어요? 

아니요. 처음에는 가게를 하려고 마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개인 소장품을 진열해 놓고 지인들이랑 차도 한잔 마시고 스튜디오처럼 사진도 찍어서 블로그 올리려고 했어요. 근데 가게에 물건을 놔두다 보니깐 사람들이 문 열고 사러 오더라고요. 지인들이 장사하는 것을 추천했고 언니가 마침 프리랜서로 일해서 언니랑 같이 열게 됐어요. 가게에 있으면 손님들이랑 얘기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손님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다 보면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정말 많죠. 한 번은 남자 손님은 토이 스토리를 구경하고 있는데 여자 손님이 술을 조금 마시고 친구들이랑 가게에 들어왔어요. 그때 여자 손님이 핑크팬더 인형을 사고 싶은데 돈이 조금 부족하다고 그러자 남자 손님이 돈을 빌려주겠다며 여자 손님이 놀라니깐 나중에 와서 갚으라고 하면서 다음에 여기서 또 만날 약속을 잡고 가셨어요. 나중에 보니 사귀더라고요. 또 한 번은 예쁜 아기 콘테스트에 나가는데 여기서 특별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허락했는데 본선 진출해서 고맙다고 배송 안전 스티커를 받은 적도 있어요.

손님 연령대가 다양한 것 같아요.

울대 앞이라 대학생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낮에는 중·고등학생들이 오고 밤에는 대학생들이 와요. 저희 가게 최고령 손님은 70대분이셨어요. 너무 좋아해서 미국 픽사에도 갔다 오실 정도로 토이 스토리 열광적 팬이셨어요. 딸이랑 엄마랑 손잡고 왔는데 어머니가 토이 스토리를 좋아해서 딸 방을 태어날 때부터 앤디 방으로 인테리어 해줬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부러웠어요.

가게 있으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오시는 분 중의 10분 중 9분은 좋은 사람이지만 한 분은 이런 걸 이해 못 하는 사람이라서 오면 진이 빠져요. 아무리 얘기를 해도 말이 안 통하더라고요.

모모몬은 어떤 가게가 되면 좋겠나요? 

다들 스트레스 받는데 여기 왔을 때만이라도 행복했으면 스트레스 좀 풀렸으면 좋겠어요. 물건을 사고 안 사고는 의미가 없어요. 장난감을 얼마나 좋아하고 1,000원짜리를 사든 20만 원짜리를 사든 상관없고 예뻐서 좋아하면 돼요. 사람들이 들어오는 걸 쭈뼛쭈뼛하지 않고 들어와 사진도 찍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이채영 기자 codud2ek@mail.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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