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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칼럼] 조급증
작성자 김** 작성일 2015-03-11 조회수 1371

국장칼럼 - 조급증

 

얼마 전 명예교수가 된 김혜경 교수와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다. 33년의 교직을 마무리하는 그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하다 보니'라는 말이었다. 사실 '하다보니'라는 말을 평소에는 좋아하지 않았다. 보통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강연이나 자서전 등에 은연 중 자주 등장하는 저 말은 어쩐지 무책임해 보였다. 그들이 성공하는데 있었던 많은 과정을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 것 같아, 결국 운으로 저 자리까지 올라간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33년을 정리하는 김혜경 교수도 '하다보니'라는 말을 많이 썼다. 하다보니 교수가 됐고, 하다보니 결혼도 했다. 그런데 어쩐지 근사했다. 평소에 듣던 그런 뻔한 하다보니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말이 여유를 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조급증에 걸렸던 것 같다. 이제 곧 학생이라는 신분이 없어지기에, 또 다른 신분이 필요해질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15년 넘게 갖고 있던 학생이라는 신분을 내려놓아야 할 시간. 오랜 기간 동안 걱정 없이 안정적이었기에 더욱 더 불안하고 조급할 수밖에 없다. 요즘 대학생들이 그렇다.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중압감은 학생들을 짓누르고, 그것은 그들을 각박하게 만든다. 누구보다 앞서가기 위해 1학년 때부터 스펙을 걱정한다. 동아리를 들어가기보다는 대외활동에 힘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요즘 대학생의 모습은 낭만과 멀어진지 이미 오래다. 낭만을 위하여 하는 일이라곤 돈 모아 여행을 가보는 정도이다. 그렇다고 지금 과거의 낭만을 찾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조급증이라는 심각한 병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취업을 위해 움직이는 기계보다는 사람답게 살아야하지 않을까.

'하다보니' 정신이 필요할 때이다. 주어진 것에 노력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렇게 차근차근 나아가야 할 때이다. 할 수 있는 것을 해내고 다른 것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 조급해 하기만 할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내 자신을 반성해본다. 또 내일부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을 하나씩 해나가 보려고 한다. 인생이 레이스라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누구보다는 느리지만, 앞만 보고 걸어가 보자.

이렇게 마음을 비우다 보니 문뜩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는 '하다보니' 지금 이 순간까지 와 있는 것은 아닐까.

김동영(국제관계학·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