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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넘어선 객관적 검증 필요
작성자 최** 작성일 2013-11-03 조회수 2429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로는 2005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국사 응시자는 전체응시자(57만 4218명) 중 27.7%(15만 9052명) 2013학년도에는 전체응시자(62만 1336명) 중 7.1%(4만 3918명)으로 응시자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웃 일본에서 일본사 응시율이 40%인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6월 26일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 김영환 민주당 의원 등은 국회에 국사과목 수능 필수화법안(고등교육법 개정안) 7건을 각각 발의했다. 이에 한나라당·교육부·청와대(이하 당정청)는 지난 7월 30일 국회에서 당정청협의회를 열어 국사 과목을 대입전형에 반영하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당정청의 협의 내용은 한국사 수능 필수 과목화가 시행될 경우 ▲2017학년도 수능부터 적용 ▲신규 교원은 한국사검정시험 3급 이상 취득 의무화 ▲교장·교감 자격연수에 역사과목 개설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와 중국의 동북공정, 그리고 한국사에 무지한 청소년들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커지면서 당정청의 한국사 수능 필수 과목화는 범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다. 우리얼찾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국학원 장영주 원장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 기회를 통해 풍부하고 오래된 우리 역사와 문화, 철학을 제대로 가르치고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일환 보훈교육원구원 원장은 “역사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람이 ‘대한민국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교육 환경과 문화를 고려해 볼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능시험에 한국사를 필수과목화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사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국사편찬위원회만이 교과서를 편찬하는 국정체제의 교과서에서 다양한 출판사가 교과서를 편찬하는 검인정체제의 교과서로 바꾸었다.

하지만 한국사 교과서에 검인정 체제를 도입한지 약 2개월 만인 지난 9월 10일, 4개 역사단체(한국역사연구회·역사문제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역사학연구소)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역사 왜곡·심각한 오류는 298건에 이르고, 기본적인 사실관계 오류만 해도 124건에 달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사 교과서 논란’이 시작됐다. 논란은 정치권까지 확산하면서 좌파와 우파의 싸움이 돼, 더 큰 문제로 진행됐다. 이명희 교수는 “기존 교과서들은 전부 좌파중심으로 집필돼, 우파중심의 역사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말했으며, 민주당은 “좌·우파를 떠나 친일·친미가 도배된 역사 교과서다”고 반론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교과서라 부르기도 민망하다”며 “잘못된 역사를 배우는 것은 배우지 않는 것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반면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검정기준에는 친일 같은 항목은 없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들어맞지 않는 내용을 서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그 점에서는 충실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논란은 기술 내용의 사실적 오류나 왜곡과 관련한 내용에 중심을 두지 않게 됐다. ‘교과서’를 두고 이념·권리 전쟁을 진행 중이다.

한국사 교과서 논란을 두고 정부의 잘못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검증단계에서 오류를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데도 그러지 못했다는 이유이다. 본래 검증단계는 ▲역사적 사실관계 파악 등 기초조사 단계인 ‘연구 과정’ ▲본격적인 심사 단계인 ‘검정과정’ ▲최종 확인 단계인 ‘감수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번 검정과정에서는 ‘감수과정’이 생략됐다. 즉, 오류가 있어도 검정 권고에서 검증단계가 끝나고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가 된다. 또한, 각 시대별 검정·연구위원이 1명으로 충분한 검토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국사 교과서 검정위원인 전현수 경북대교수는 “공개적인 과정도 없이 7명의 검정위원만이 검정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으며,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독자적 검정기준에 따른 연구위원들의 연구결과를 얼마나 반영을 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사 교과서 검정위원인 김창석 강원대교수는 “연구자를 늘리고 검정 기간이 너무 짧다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사 교과서 검인정체제가 애초에 다양성을 위해 도입됐던 만큼 집필자의 사관과 해석에 따라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사 교과서란 그 자체로 절대적인 하나의 도구여야만 한다.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집필자가 아닌, 오롯이 학생 개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잘 못 만든 교과서는 일본처럼 국민 전체를 오해와 무지로 몰아넣는다. 역사 교과서가 이념을 주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역사를 가르치기 위한 도구일 뿐이어야만 하는 이유다.

천재교육 한국사 교과서가 남한에 편향해서 쓰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의 역사를 편향 기술한 것은 이념을 주입하는 잘못된 도구로 사용됐다. 국사편찬위원회에 역사 교과서 검정을 맡긴 것은 이런 문제들을 철저히 검증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점은 모두가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학생들이 보게 될 역사교과서에 역사적 사실관계가 잘못 기술되는 일이 없어야 하고 교과서가 이념논쟁의 장이 되는 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국사와 국어는 국민 자질과 관계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국가와 국민의 영혼을 만드는 게 국사와 국어이다. 이 중요한 부분을 국가가 포기하고 이념적인 집필자들에게 맡겨버렸다”고 말했다.

교과서가 검인정 체제로 바뀐 이유가 다양성인 만큼 개성을 가진 각각의 교과서가 상호보완하며 상승효과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필자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관성도 서로 상호보완하며 객관성으로 돌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오류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역사 교과서 검정을 통해 고쳐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확실한 검증체제 구성, 심사기준 명확화 등의 확실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