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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가장 뜨거웠던 순간’
작성자 문** 작성일 2010-06-01 조회수 6161

 

한강을 끼고 있는 어느 작은 도시에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녀 같은 할머니, 미자가 문화원에서 시 강좌를 수강하면서 영화 속 시간은 흘러간다. 미자는 시 강좌를 통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과 사물을 마음 속 깊은 눈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고, 그것들에게 설레는 마음을 품게 된다. 그러던 중 동네에서 일어난 여중생의 자살이 자신의 손자와 관련된 일임을 알게 되고 내적인 고통에 빠지게 된 미자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던 소녀 같은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된다.

이 영화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포스터에 적혀있는 한 구절이 나의 가슴에 화살처럼 날아와 박혔기 때문이다. ‘내 인생 가장 뜨거운 순간’.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 인생의 가장 뜨거운 순간을 만들겠다는 소망 따위는 품지 않는 세대가 아닌가. 내 인생은 냉랭하더라도 그 냉랭함의 대가로 물질과 욕망의 충족을 느낄 수 있다면 단번에 식어버리는 그 따뜻함을 위로로 삼는 세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원로 배우 윤정희의 주연작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난 이 배우의 연기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러나 포스터에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여태껏 그 어느 배우에게도 느끼지 못했던 삶의 희노애락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녀의 연기를 통해 그가 겪은 삶의 연륜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하던 내게 미자의 순순한 모습이 자꾸만 방어막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겉으로는 꽃 장식의 모자와 화려한 옷으로 치장을 하고 다니는 그녀이지만 사실 미자는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정부의 생활보조금을 받고 살아가며 손자의 뒷바라지를 위해 간병인 일을 하고 있다. 그녀의 실생활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어쩌면 겉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소녀 같은 모습이 이 가시 밭 같은 세상을 걸어가며 가시에 찔리고 피투성이가 된 내면을 스스로 마주하길 거부하며 또한 어느 누구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외면의 방어막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때문에 방어막으로 애써 가리고 있던 미자의 내면은 손자가 준 커다란 상처로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 된고 결국 그녀는 인생의 상처와 고통을 담은 시 한편을 남기고 어디론가 떠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미자의 모습과 한편의 시를 지어내는 시인들의 모습이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 한편을 짓기 위해 자신의 진실한 내면을 끌어내는 고통스러운 과정과 그 끄집어낸 내면을 하나하나 새롭게 보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세대에서는 거의 읽혀지지 않고 잊혀져 가고 있는 시를 통해 감독은 우리에게 정신없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자기의 것이면서도 잘 모르고 있는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라고 조언해 주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나도 ‘내 인생 가장 뜨거울 시간’을 만들기 위해 나의 내면세계의 질서를 성립하고 치유해보자는 결심을 하며 글을 마친다.

-최선희(국어국문학,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