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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보이지 않는다’와 ‘하지 않는다’
작성자 편** 작성일 2010-03-18 조회수 1401

 

싱그러운 봄이 오는 3월은 많은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설렘을 갖게 한다. 달력에 표기된 것으로만 따지면 엄연한 시작은 1월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는 탓에 3월이 새로운 시작과 더 친근해 보인다. 신입생들이 새로운 시작의 위치에서 있는 것처럼 기자 역시 그렇다. 이제부턴 ‘새내기’ 대신 ‘헌내기’라는 딱지가 붙여져 조금은 낯설긴 하지만 말이다.

 

풋풋한 대학 신입생이던 3월은 이제까지 가져왔던 대학생활의 환상과 기대가 가득 차 있던 시기였다. 고등학생 때, TV에서 봤던 대학생활은 기자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책을 가슴에 안고서 캠퍼스를 활보하고, 동아리에 가입해 잔디밭에 앉아 여러 사람들과 토론을 펼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이에 기자는 입학식을 하자마자 신문사에서 수습으로 활동했다. 작년 3월은 꿈꿔왔던 낭만적인 대학 생활을 하나씩 그려나가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낸 기자는 지난 3월 3일 신입생과 마주했다. 새내기를 상대로 동아리 가두모집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예년 같으면 신입생들로 북새통을 이뤘을 교훈탑 주변은 그저 한산하기만 했다. 반면 도서관은 77%의 자리가 채워졌을 정도로 학우들이 많았다. 도서관 휴게실에서 쉬고 있던 신입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취업을 위해 HSK, TOEIC, 한자자격증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빠르지 않냐는 물음에 그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 다하니까’라고 답했다. 연민의 공감이 갔다.

 

‘88만원 세대’의 대학생활은 취직 준비 외에는 모든 것이 사치가 돼 버렸다. 생활과 학습의 공동체로서의 대학, 나와 우리가 생각했던 낭만의 대학은 점점 사라졌다. 최근 한양대 김용민 교수가 쓴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라는 제목의 글이 한 신문에서 보도된 적이 있다. 이는 2008년 촛불시위를 계기로 ‘스펙에 목숨 건 20대는 공부나 하고 거리에 나온 10대에 희망을 걸겠다’는 내용으로 기성세대가 20대를 바라보는 관점을 담은 글이다. 몇 해 전부터 기성세대들은 요즘 대학생을 ‘스펙 쌓는 기계’ 혹은 ‘자유주의의 산물’로 정의 내린다. 그리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우리 때는 안 그랬다’며 혀를 차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고 참여 또한 낮은 대학생들의 의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과연 대학생들이 사회 현안에 무관심하기만 할까. 기자는 이 물음에 ‘그래도 아직까진 괜찮다’고 답하고 싶다. 그것은 신문사 활동 중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깨달았던 바다. 대학생들은 신문, 뉴스 특히 인터넷 매체를 통해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주변인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기존 세대들이 시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했던 것과 달리 요즘은 인터넷 댓글, 트위터 등의 새로운 공간에서 대중과 사회를 향해 말하고 있다.

 

이는 기성세대와 현재 20대를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지만 기성세대와 20대 사이를 가로막는 큰 벽이기도 하다. 그들의 참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긴 아직 이르다.

 

강영혜 기자 okmnj0987@mail.ul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