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울산대미디어
본문바로가기
ender

뉴스미디어

뉴스미디어

<책소개>젊은날의 초상
작성자 편** 작성일 2009-09-15 조회수 4681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무덤이 있는 곳에만 부활이 있다”

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우고 그렇게 재가 되고, 그럼으로써 보다 강하고 지혜로워 질 수 있다는 깨달음과 극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을이다. 아직은 여름의 그림자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개강하고 일주일을 훌쩍 넘었다. 느긋했던 시간들이 요란한 활동을 시작했다. 연구실에는 방학 중 펼쳐놓은 책들과 이곳저곳 산개해 있는 필기구들이 아직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어서 정리를 해야지 생각은 하지만 강의실과 연구실, 집을 왕래하는 평범한 일정에서도 연구실은 별로 모습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교정에는 개강과 함께 바삐 움직이고 있는 활기 가득한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나의 연구실은 방학이라는 시간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학생들은 이미 저만큼 가 있구나하는 생각에 조금은 시간의 괴리가 느껴진다.

 

  각설하고, 소설가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에 대해 말해보자. 먼저 시간의 범위를 20대에 둬 보자. 누구나 가지는 시간이지만, 그 의미는 다양할 것이다.

 

  <젊은 날의 초상>은 주인공 ‘나’의 방황의 시간들을 그리고 있다. 하구, 우리 기쁜 젊은 날, 그해 겨울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지금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보기에 현실감은 다소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고뇌하고 방황하는 젊은이의 모습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나’도 20대를 살고 있다.

 

  주인공 ‘나’는 방황의 끝에 대진이라는 한겨울의 인적 없는 포구에 이른다. ‘나’의 술회는 담담하다.

 

“…갈매기는 날아야 하고 삶은 유지돼야 한다. 갈매기가 날기를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갈매기가 아니고, 존재가 그 지속을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존재가 아니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

나는 20대에 <젊은 날의 초상>을 접했다. 아직도 젊은 날이라고 나 스스로는 생각하지만, 시간은 변화를 동반하며 흐른다. 돌이켜보면 20대의 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지금 학생들도 이런 때의 시간이리라. 때로는 고민하고, 때로는 슬퍼하고 그리고 때로는 기뻐하고….

 

  누구나 자신이 비워야 할 잔이 있을 것이다. 그 잔은 때로는 쓰고 독한 고뇌가 든 잔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잔을 비웠을 때 그 잔은 넘쳐나는 희열로 다시 채워질 것이다. 고뇌의 순간을 거치면서 얻는 깨달음은 우리 생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고, 미래를 밝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기에 고뇌의 순간에 당당히 맞설 수 있어야 한다. 즉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고난을 극복한 자신의 모습에서 희망과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짜라투스트라가 말한 부활이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주인공 ‘나’는 우리 각자의 대표일 수 있다. 학생들도 <젊은날의 초상>에서 주인공 ‘나’의 모습에서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보기도 하고, 결국 자신의 젊은 날의 소중함을 다시금 알게 되지 않을까.

 

  이제 밤이 되면 경쾌하고 순한 풀벌레 소리도 들린다. 좋은 책을 읽고 그 감흥을 받기에 괜찮은 여건이다. 한번 반추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나’의 젊은 날을, 그리고 나의 젊은 날을.

 

이창섭(경찰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