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울산대미디어
본문바로가기
ender

뉴스미디어

뉴스미디어

<국장칼럼>그들이 대한민국을 떠나려는 이유
작성자 임** 작성일 2009-09-15 조회수 4553

  기자의 친한 친구도 지난 학기 캐나다 어학연수를 마치고 들어왔다. 그 친구가 한국으로 귀국한지 한달 반 정도가 지났지만 외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물론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도 새롭기만 했고 그곳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이 좋았다고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곳에서의 삶은 행복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그는 늘 ‘경쟁’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살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 하나만을 보고 열심히 달려왔고, 하고 싶은 공부보다는 ‘취업률’에 따라 전공을 결정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마냥 동아리 생활을 즐기며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만은 없었다. 취업을 위해서 각종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했고 학점, 어학연수 등 스펙 갖추기에 바빴다. 취업 후에 상황은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우리는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시 매주 주말을 도서관에서 보내야만 한다.

 

  현재는 외국을 다녀오는 것이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과거에 상류층 자녀, 국내에서 학부·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 학위를 따러 가는 교수 지망생, 예·체능계 인재 등으로 한정됐다. 부모의 해외 발령이나 유학, 이민 등으로 외국 학교에 다닌 주재원·외교관·교수 자녀와 이민 1.5세대도 있었지만 숫자는 매우 적었다. 하지만 현재 외국으로 이민 혹은 유학을 가는 사람은 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해외 유학연수 송금액은 지난해 2008년 기준으로 44억 8360만 달러를 기록했다. 과거 대학생 이상이었다면 현재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이들의 가장은 고생하지 말고 세계를 무대로 유유히 뛰면 좋겠다는 일념에서 외로운 ‘기러기 아빠’라는 생활도 감수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외국으로 떠나려는 것일까’.

 

  기자는 무엇보다 그 이유로 조심스럽지만 ‘교육’이라고 주장해본다. 현재 한국의 사교육시장은 엄청나게 과열돼 있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학원을 2~3개 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더 이상 사교육 없이 우리나라에서 소위 명문대 진학은 어려운 실정이다. 한달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우리네 가장에게 사교육비,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집값과 물가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영어의 부담이라도 덜기 위해 큰 빚을 지고서라도 자녀들을 외국에 보내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우리 부모님들이 받는 월급에서 의식주뿐만 아니라 비싼 사교육비까지 감당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다른 하나는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사’자 돌림의 직업이 아니고선 전문직으로 생각지 않는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를 얻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만이 대우를 받는 반면에 3D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은 과거 천민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일에 대한 자신의 보람, 노력, 성과는 중요치 않다. 오로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더 훌륭하고 성공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기자는 외국에 산다면 조그마한 빵집을 하고 싶다. 매일 아침 빵을 굽고, 그 냄새에 이끌려 가게를 찾아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싶다. 하지만 대한민국, 이곳에선 작은 빵집을 하며 장밋빛 인생을 꿈꿀 자신이 없다.

 

  기자는 그들이 이민이나 유학이 황금빛 미래를 보장해 준다는 생각에 떠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취업이라는 눈 앞에 닥친 현실을 도피하고 싶고 자유로움을 즐기기 위해 선택하는 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에서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타국에서 겪을 설움보다는 더욱 암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지금도 미국, 캐나다, 호주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그들에게 그것은 자신의 미래뿐 아니라, 미래 자녀를 위한 필수불가결의 선택이기도 하다. 이렇게 떠나는 이들을 잡지 못하고 지켜만 보는 한국사회가 안타까울 뿐이다.

 

임민지 편집국장(화학공학·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