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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치에 대한 관심
작성자 편** 작성일 2009-06-11 조회수 983

  최상의 정치는 백성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도록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해주면 된다는 얘기가 있다.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만큼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고, 그 다음에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이치를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실은 먹고 사는 일, 일용할 양식을 버는 일, 바로 그 일 때문에 정치가 중요하다. 정치가 바로 이루어질 때 배를 곯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가 바로 이루어질 때에만 활기 넘치는 사회, 살아 움직이는 사회가 이룩될 것이다. 그때에야 너와 네가 서로 소통하고, 생각과 느낌을 서로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특히 대학생들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드높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보수화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만큼 가진 게 늘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은 가진 게 덜한 젊은 계층에게 사회 감시, 사회 비판 기능을 기대한다. 그런데 사회를 감시해야 할 젊은 계층이 사회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더 이상 사회의 발전이라는 건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물론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게 어찌 보면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다면 굳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없으리라고 추측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예컨대 등록금 부담이 지나치다는 데 대해서는 대학생들의 관심이 큰 듯하다. 아직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않고 있지만, 과다한 등록금에 대한 항의 삭발·시위가 대학생 모두의 정치의식을 북돋울 수도 있을 법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축소와 관련된 논쟁 역시 인권의 소중함과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그것은 곧 정치라는 게 멀리 있는 외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되새기게 할 것이다. 촛불시위에 대한 과도한 탄압, 또 한편으로는 신영철 대법관 파문으로 대표되는 지도계층의 무능과 부도덕에 대한 비판의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접하면서 잘 산다(죽는다)는 것에 대해 성찰의 시간을 가질 때 정치의식은 높아진다.


  니트(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이니 프리터(free+Arbeiter)니 하는 용어가 이제는 더 이상 일본 얘기만은 아니다. 이미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암울한 장래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몸값을 올리기 위해 토익에 몰입하고 각종 학원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그래도 누군가는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이 사회의 현실이다. 그래서 <88만원 세대>의 저자는 정치의식을 가지라고 말한다. 정치를 통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자는 얘기이다.   


  정치란 결국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게 해주는 길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은 우리 자신이 스스로 존엄하고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바로 그 때문에 남들도 나와 똑같이 귀한 실체라는 것을 깨닫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 인식이 번져 나갈 때 사회도 살아 움직여 나갈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공존하는 사회,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사회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이고, 그 사회를 만들어가는 게 정치이다.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대학생, 젊은이들은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제 몫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