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교 뿐 아니라 모든 대학교 학생회의 두드러지는 양상은 바로 ‘탈정치화’다. 정치적인 입장을 최소화 하려고 하며 학우들도 그것이 어떤 당이든 간에 점차 ‘학생회가 정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대학의 총학생회가 정치적인 입장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선은 학생회 자체가 학우들을 대변하는 정치기구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학우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치’ 과정을 통해 학우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정치적인 입장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까지 학생회는 정치와 복지, 운동권과 비운동권이라는 평행곡선을 계속해서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그 둘은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왔기에 극과 극을 달리며 타협점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그 평행곡선 모두를 담아내 행정적인 성격과 정치적인 성격을 복합적으로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운동권은 ‘정치적’인 면모를 더욱 드러내 학우들의 권리를 찾아주겠다고 나섰고 비운동권은 학교의 ‘행정적’ 논리에 따라 학우들의 복지를 더욱 도모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운동권이라고 해서, 비운동권이라고 해서 모두 자신들의 공약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그 가운데 정치성이 겉으로 드러나느냐, 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얼마나 드러나느냐’의 문제일 뿐 운동권이든 비운동권이든 모두 총학생회가 되는 순간 정치인이고 행정가가 되는 것이다. 둘 중 어느 하나에도 소홀해 진다면 제대로 된 공약 이행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어느 것 하나에 더 큰 힘을 실어주고 싶진 않다. 분명한 사실은 ‘정치는 나와 상관없소’로 일관하는 학우들의 무서운 탈정치화와 무관심이다. 대학의 한 해를 책임지고 어쩌면 이후의 우리 대학교를 바꿔 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총학생회 선출에서 학우들에게 정치의식이 부재하다는 사실은 어쩌면 절망적인 이야기일지 모른다. 대학생, 20대들은 지난 대선, 총선에서도 우리들을 대변해 줄 진정한 소통구, 정치세력을 찾지 못했다. 경제 부흥을 내세워 ‘우리도 다시 잘 살아보세’를 꿈꾸게 했던 대통령도, 다른 민주세력들도 대학생의 진정한 편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생 내에서 스스로 자신의 요구를 모아 조직화 하고 이를 현실에서 드러내는 학생회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인 입장은 이제 싫어요!’라고 외치지만 결국 정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함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임은 분명하다.
박 다 영 편집국장 (정치외교학·3)